"도태 0순위 기업들의 공통점은?"
"따라 하기를 벤치마킹으로 착각하고 답습한다. " "빙고."
"수동적이고 변화에 공포를 느끼며 안전한 길만을 찾는다. " "빙고."
모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저주 받은 시지프스와 닮은 꼴이다. 혁신이란 이름의 몸부림도 고정관념 앞에선 힘없이 주저앉고 만다. 매일 같이 산을 향해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스형(型) 기업은 도처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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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 스쿨의 번트 슈미트(Bernd Schmitt·50) 교수. 그는 "시지프스가 아닌 오디세이가 되라"고 외친다. 오디세이. 트로이 목마 하나로 오랜 전쟁을 단숨에 끝낸 오디세이처럼 시장(市場)을 확 뒤집으라는 것이다. 그는 이런 창조적이고 대담한 아이디어를 '큰 생각'(Big Think)이라고 표현한다.
'체험 마케팅'의 대가(大家)인 슈미트 교수는 큰 생각을 키워 한국판 트로이 목마를 만들어 볼 것을 제안한다.
"트로이 목마야말로 큰 생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신화지요. 트로이를 정복하려 했던 아가멤논은 그리스의 훌륭한 장군이었지만, '작은 생각'(small think)의 한계 때문에 똑같은 전법(戰法)을 되풀이해 10년 동안 지루한 전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트로이를 함락시킨 장본인은 오디세이였습니다. 트로이에 선물로 바친다는 대형 목마에 아군을 몰래 싣고 가 하룻밤 만에 트로이를 손에 쥐었습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비즈니스에서도 소비자들이 정말 좋아하는 창조적인 방법을 이용하면 상황을 완전히 바꿀 수 있기 때문입니다. "
그는 리더들에게 말한다. 틀에 박힌 작은 생각(small think)들을 쓰레기통에 처박아 버리라고. 통념(通念)과 성역(聖域)을 깨라는 것이다. 그 예로 그가 자주 드는 비유가 힌두교에서 신성시하는 '성우'(聖牛·sacred cow)이다. 성우는 기업이나 조직이 절대로 반대할 수 없는 통념, 관행, 경영신조의 의미로도 쓰인다. "성우(聖牛)를 죽이세요. 인도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비즈니스에서 한번 저질러 보세요."
"예를 들어볼까요? '왜 신용카드는 사각형이어야 하지?' '왜 세제는 늘 화학약품 냄새가 나야 하지?' 이렇게 마음 속의 성우들을 죽여 나가는 과정에서 큰 생각이 싹트고 트로이의 목마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
스티브 잡스가 아이포드(iPod)로 MP3 플레이어 시장을 하루아침에 석권한 것 역시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그는 해석한다. MP3를 처음 만든 것은 애플이 아니었다. 그러나 스티브 잡스는 냅스터(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의 서비스 원리를 MP3 플레이어에 접목함으로써 음악산업 자체를 바꿔 놓았다. 즉 메이저 음반회사들을 설득해 그들의 음악을 애플의 온라인 음악 스토어인 '아이튠'을 통해 배급함으로써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된 것이다. 슈미트 교수는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며 "이게 바로 큰 생각"이라고 했다.
심리학을 전공한 그는 제품의 편익만을 강조하는 기존 마케팅 전략에 반기(反旗)를 들고 '체험마케팅'이라는 새 장을 연 세계적인 권위자다. 그는 한발 나아가 '큰 생각'의 전도사가 됐다.
그는 독일인에다 검은 뿔테 안경을 끼고 있었지만, 얼굴엔 장난기가 가득했다. 그는 경영을 이야기하면서 오페라, 영화, 스테이크 등의 비유를 들기를 좋아한다. 그는 "경영 서적은 손에 쥐기만 하면 졸린다"며 익살스런 표정으로 코고는 흉내를 냈다. 인터뷰 내내 그는 큰 손동작과 다양한 표정을 선보이며 스스로 심취해 있었다.
그는 큰 생각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했다. 사고(事故)를 칠 수 있는 배짱(guts), 그리고 호기심·흥미로 가득 찬 열정(pass ion), 좌절하지 않는 인내심(perseverance)이 그것이다.
"한국의 '빅 싱크'대표주자? 가수 비를 꼽고 싶어"
한국 사람 중에 세가지를 갖춘 사람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가수 '비'를 꼽았다. "비는 어려서부터 가난했고 어머니가 편찮았고 성장 과정이 순탄치 않았어요. 하지만 비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유명한 댄서가 되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리고 비는 자기 꿈을 고집하며 실천에 옮겼습니다. 뉴욕 공연에서 매진 사례를 이뤘지요. 큰 생각을 가진 사람은 기업이나 정부 같은 큰 조직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
큰 생각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소를 물었다. 그는 양 손 바닥을 마주 보게 좁혀가는 시늉을 하며 '편협한 생각(narrow mindness)'이라고 답했다.
"큰 생각을 하려면 창의성이 필요하죠. 그러려면 자신을 색다른 경험에 수없이 노출시켜야 합니다. " 예를 들어 유명 첼리스트 요요마는 외교관 지망생이었다. 자기 계발을 하려면 동료들의 인생도 보고, 자신을 끝없이 다른 영역으로 이끌어내며 다양한 방향에 노출시켜야 한다. 그는 기업 역시 뭔가 아이디어를 짜내려면 전혀 엉뚱한 분야의 기업을 벤치마크하고,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것들을 연결시켜 보라고 조언한다.
이런 일화가 있다. 몇 년 전 슈미트 교수가 컨설팅을 해주던 아모레퍼시픽의 이해선 부사장(당시 전무)과 제주도 녹차 재배 농장을 가던 길이었다. 그는 느닷없이 "화장품에 녹차를 넣어보는 걸 생각한 적 있느냐"고 물었다. 이 부사장은 수첩에 메모를 했고, 뒤에 실제로 녹차 화장품을 내놓았다. 이 부사장은 "그의 시각은 항상 달랐고 그건 큰 아이디어로 연결되곤 했다"고 말했다.
최근 연세대 경영대 특강을 위해 방한한 그를 인터뷰했다. 한국을 50여 차례 방문한 그는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번트 슈미트 교수는 "한국 기업인과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독창적이려고 하는 열의를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도 '큰 생각'을 통한 대(大) 변혁의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는 셈이다.
― 작은 생각(small think) 대신 큰 생각(big think)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일견 당연한 것 같기도 한데요. 늘 강조하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기업이든 정부든 어느 조직에서든 큰 생각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입니다. 늘 작은 생각만 하지요. 예컨대 기업이나 정부는 동일한 프로세스를 반복하고 다른 기업을 따라가기 바쁩니다. 이래선 조직에 비전을 주지 못하죠. 틀에 박힌 생각을 벗어나는 방법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
#위험 피해 현상 유지하려는 게 '작은 생각'
―작은 생각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말하나요.
"작은 생각은 남들처럼 답습하고, 아주 안전한 길만 찾는 걸 말합니다. 위험을 피해 다니면서 현상 유지를 하려는 자세이지요."
―큰 생각으로 성공한 기업의 예를 들어주시겠습니까.
"생활용품업체인 도브(Dove)가 2004년에 펼친 '리얼 뷰티 캠페인'이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대부분의 미용 관련 회사는 아름다운 피부를 가진 완벽한 여성들을 광고에 내세웁니다. 그러면서 이런 여자처럼 되기 위해 자기들 제품을 써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지요. 하지만 도브는 전혀 다른 방식, 즉 큰 생각을 보여 줍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는 리얼 뷰티 캠페인을 진행한 겁니다. 보통 사람들은 완벽한 피부도 아니고 완벽한 몸매도 아니며, 나이도 잡지 모델보다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는 콘셉트로 출발했죠. 다음 단계로 도브는 어떤 광고도 하지 않고 '아름다움이란 무엇입니까'라는 웹사이트 설문을 전 세계적으로 실시했습니다. 다음 단계엔 광고 캠페인이 등장합니다. 여기에 나온 모델 중에는 97세 할머니도 있었지요."
■성우(sacred cow)를 죽여라
―저서에서 교수님은 힌두교에서 신성시되는 성우(聖牛·sacred cow)를 죽이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했는데 무슨 의미입니까?
"기업이 큰 생각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통념을 깨라는 겁니다. 저는 기업들이 '성우 죽이기' 워크숍을 진행할 것을 제안합니다. 기업 내에 존재하는 성우를 모두 끄집어낸 다음 대안을 제시하면서 하나씩 줄여나가는 거죠. 세미나 형식으로 진행하면 조직원들은 성취감을 갖고 재미있게 참여합니다. "
―그렇다면 조직에서 '큰 생각을 하는 사람(big thinker)'은 어떤 사람들인가요.
"사회가 어느 정도 발전하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얼마 전 홍콩에 가서 홍콩 정부의 싱크탱크(think tank)들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들은 홍콩을 미래의 '창조 허브(creative hub)'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더군요. 바로 이겁니다. 어느 국가나 조직, 기업을 창조적으로 개조하기 위해서는 최고 자리에 있는 사람이 큰 생각을 통해 혁신해야 합니다. "
―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중요하군요.
"그렇습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시지프스가 저주에 걸려 매일 산을 향해 바위를 굴려야 하는 것처럼 수많은 기업들은 아무 의미 없는 일만 반복합니다. 시중에 나온 똑같은 비즈니스 지침서를 읽으면서 똑같은 경영기법을 쓰는데 그래선 안됩니다. 의류 브랜드 아베크롬비의 경우 상당한 파격으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이 의류업체는 조명을 어둡게 해 마치 클럽 같은 분위기를 만들지요. 직원들도 나이트클럽 종업원처럼 꾸미고 나와 정말 색다르다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
―교수님 말씀을 들어보면 루틴하게 돌아가는 일상적인 업무는 전혀 필요 없는 것처럼 들립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구글을 보세요. 구글은 일하는 시간의 절반은 '작은 생각'에 해당하는 일상적인 문제 해결에 사용하도록 합니다. 구글이 신선한 아이디어를 생산하도록 유도하는 시간은 30% 정도이지요. 나머지는 즐겁게 놀고, 취미생활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에 사용하도록 합니다. 작은 생각이 전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
■편협한 생각이 큰 생각을 방해
―큰 생각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무엇일까요.
"가장 큰 저해 요소는 '편협한 생각'(narrow mindness)입니다. 엔지니어 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MBA(경영학석사)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은 전문가일지는 모르지만, 대부분 배운 만큼만 생각하지요."
―MBA 말씀을 하셨는데 대학에선 큰 생각을 키워주지 못한다는 얘기인가요?
"그렇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경영대학에서는 창의성과 큰 생각을 전혀 가르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수들은 각자 회계, 마케팅, 재무를 개별적으로 가르치고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은 전문적인 지식은 많이 쌓을 수 있지만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코스를 밟을 수 없습니다. 또 강의 자료가 40년 전에 쓰여져 더 이상 실무에서 사용할 수 없더라도 학생들은 의문을 달지 않지요. 어떻게 보면 경영대학이란 곳이 기업과 비슷하게 부서간 장벽과 이기주의에 길들여진 편협한 생각을 가진 학생을 배출하는 성향이 많았지요. 다만 지금은 바뀌고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
#모방만 하지말고 세계적 기업 육성해야
―어떻게 바뀌고 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제가 속해 있는 컬럼비아대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도록 하죠. 두 가지가 있어요. 첫 번째는 다양한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코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제 강의를 예로 들자면 브랜드 관리 강의를 하면서 마케팅 요소도 다루고 동시에 회계·재무도 가르칩니다. 여기에 사회학과 민속학적 요소까지 가미합니다. 통합교육 코스(inter-disciplinary course)를 설계해서 학생들에게 좀 더 독창적인 생각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둘째, 우리 대학에서는 실제 비즈니스 케이스를 갖고 와서 비즈니스 실무자와 교수가 함께 강의하면서 학생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구합니다. "
―한국 기업 가운데 큰 생각을 하는 기업을 꼽으라면 어디가 있을까요.
"삼성을 들고 싶습니다. 삼성은 불과 10~15년 전만해도 미국에서 아주 품질이 나쁜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생산시설을 개보수하거나 식스 시스마(불량률 최소화를 통한 품질 개선)를 시도해볼 수도 있었겠지만, 삼성은 대신 이목을 끄는 급진적인 조치를 취했습니다. 불량 핸드폰을 불태우는 등의 이벤트를 벌인 겁니다. 품질문제를 해결한 삼성은 안주하지 않고 이어 디자인에 집중합니다. 아주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인 삼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브랜드 가치 평가 작업을 지속해 창조 경영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분명 큰 생각을 보여줬고 큰 생각을 가진 리더가 있다고 봅니다. "
■기계적인 식스 시그마 대신 창조적인 큰 생각
―교수님은 식스 시그마와 SWOT 분석(강점, 약점,기회, 위협의 머리글자를 모아 만든 단어로 경영 전략을 수립하기 위한 분석 도구)과 같은 전략 분석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그 얘기를 하기에 앞서 식스 시그마와 비슷한 TQM(Total Quality Management)으로 상을 받은 호텔 리츠칼튼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 호텔 직원들은 항상 나에게 말을 할 때면 모든 문장에 '슈미트씨'(Mr. Schmitt)를 넣습니다 "체크인 하시겠습니까? 슈미트씨!" "주문하시겠습니까? 슈미트씨!". 나는 그게 정말 거슬립니다. 리츠칼튼은 서비스 매니지먼트 일환이라고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짜증날 뿐입니다. 대답할 때 전 "예(Yes)"가 아니라 "물론이죠(Certainly)"라고 할 수밖에 없지요.
반대로 W호텔을 봅시다. 이곳에선 훨씬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직원이 지나가면서 "안녕하세요. 난 빌입니다. 기분은 어떠세요? 어느 나라에서 오셨지요?"(Hi, I'm Bill. How are you? Where are you from?)라고 하는데 더 자연스러워요. 물론 그 곳에서도 표준화된 부분이 있지만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특히나 서울의 W호텔 로비는 정말 멋이 있어요. 바로 호텔 로비에서부터 파티가 시작되지요. 로비에 DJ가 있어서 음악을 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게 바로 식스 시스마와 창조성이 높은 큰 생각의 차이이지요. 그래서 식스시스마에 부정적이라고 물어보면 부정적이라고 대답하겠습니다. "
―큰 생각 전략을 갖기 위해 한국 기업은 어떻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기업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다면….
"세 가지 수준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국제적이어야 합니다. 내가 느끼기엔 한국은 여전히 국내에만 집중하고 있지요. 중국이 세계 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걸 보면 한국은 너무나 비교됩니다. 두 번째는 새로운 걸 시도했으면 합니다. 애플의 아이폰(iPhone)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확 바꿔 놓은 혁신적인 제품이죠. 어떻게 하면 아이폰처럼 만들까 생각하지 마세요. 베끼려 하지 말고 혁신하려고 노력하세요. 끝으로는 서로에게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사회에선 항상 "시도하라", "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는데 이런 건 매우 고무적인 일이지요. 실패했다고 비난하지 말고 항상 격려해주세요."
■교육이 성장동력
―한국에는 새 대통령이 조만간 취임합니다. 대통령 당선자가 내건 한반도 대운하 공약이 한국에선 이슈가 되어 있습니다. 이 공약도 큰 생각의 하나로 평가할 수 있습니까.
"대운하에 대해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지만,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큰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서울시장 시절 큰 생각의 좋은 사례를 만들었죠. 고가도로를 없애고 청계천을 복원해 좋은 도시 환경을 만들지 않았습니까. 저는 서울에 15년 이상 왕래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교통이나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그는 경제에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고 서울과 한국을 국제적인 도시와 국가로 만들고자 노력할 것으로 믿습니다. "
―한국에 대해 몇 가지 더 질문하죠. 한국은 지금 저성장에 빠져 5% 성장도 어렵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한국의 성장동력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다고 보시는지요.
"이 문제는 통합적으로 봐야 합니다만, 저는 교육이 중요한 성장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것들이 교육에서 시작하기 때문이지요. 미국 예를 들죠. 미국 학교는 독특한 교육방법을 사용합니다. 7살인 내 아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허드슨 강 관련 프로젝트를 통해 생태계도 배우고 자연도 배우고 생물도 배우지요. 미국 학교는 어릴 적부터 큰 사고의 기초인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폭넓게 가르칩니다. 정부가 주도하는 교육은 얼마든지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정부와 기업이 발맞춰 나가는 것도 중요합니다. 한국은 더 이상 중국과 저가(低價)경쟁을 할 수 없습니다. 모방만 하지 말고 삼성 같은 세계적인 기업들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해야 합니다. "
#기업가 정신, 대학 이전 학교에서 배워야
―한국에선 모방이라고 하지 않고 돌려서 벤치마킹이라고 부릅니다.
"같은 산업 내에서 벤치마킹을 하는 것은 따라 하는 것에 불과하지요. 다른 산업을 벤치마킹하는 게 진짜 벤치마킹입니다. 한국은 분명히 잘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이나 정부를 상대로 얘기해보면 대부분 오딧세이가 되고 싶어하지 시지프스가 되고 싶어하진 않았습니다. (웃음)"
―최근 한국의 화두는 투자 유치입니다. 해외 자본이 한국에 잘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중국에 더 많은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요.
"그건 바로 중국 사회에서 미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상하이만 해도 시속 430km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속도의 자기부상열차가 있고, 현대적인 시설의 메가 시티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인천공항을 보시죠. 인천공항은 정말 멋진 공항임에 틀림없지요. 하지만 인천에서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게 왜 이리 힘든지. 인천에서부터 고속열차가 들어와서 인프라의 일부가 됐어야 했지요. 인프라를 구축할 당시 큰 생각으로 내다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IMD(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 발표 자료를 보면 한국은 기업가 정신이 45위, 국가 경쟁력 순위가 29위로 매우 낮습니다. 제 생각으론 더 높일 방안이 있을 것 같습니다만.
"내가 태어난 독일에서도 그런 점이 여러 차례 문제가 됐어요. 미국의 경우 아이디어만 하나 있으면 바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지만, 아이디어가 있어도 한국이나 독일은 창업하기가 너무 어렵지요.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선 기업가들에게 많은 기회를 줘야 합니다. 기업가 정신은 마음가짐과 태도, 개인 성격과도 연관돼 있어요. 그래서 기업가 정신은 경제적 이슈뿐 아니라 교육적 이슈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 정신의 태도나 마인드는 조기에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에 대학보다 훨씬 이전에 학교에서 배워야 합니다. "
●슈미트 교수는…
슈미트 교수는 감성(感性) 중심의 소비자 취향을 끌어내 브랜드화하는 전략에 있어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객들이 제품의 품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 들이므로 고객에게 제공하는 남다른 '체험'만이 구매 결정의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체험 마케팅' 이론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2달러에 불과한 원두커피에 체험이라는 부가가치를 더한 스타벅스 체험 마케팅이 대표적인 예이다.
소니, 포드, IBM, 지멘스 등 세계 유명 기업과 한국의 롯데그룹이 그에게서 컨설팅을 받고 있다.
1년의 대부분을 비즈니스 투어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그는 스스로 '유목민 같은 삶(nomadic life)'을 살고 있다고 한다. 변화하는 소비자들의 감수성을 체크하러 세계 주요 도시를 습관적으로 드나든다.
독일 태생으로 일본인인 아내 사이에 7살짜리 아들이 있다. 그는 아들에게 자신의 감성이 녹아 들어가 아버지처럼 '세계 시민권자'로서 세상을 누비고 살아주기를 희망한다.
미국 코넬대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딴 그는 1988년부터 미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에서 국제경영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글로벌 브랜드 리더십 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마케팅의 미학'(Marketing Aesthetics·1997), '체험마케팅'(Experiential Marketing·1999), '고객체험관리'(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2003), 'Big Think Strategy'(2007·국내 미출간) 등이 있다.
◆성우(聖牛·sacred cow)
인도 힌두교에서 말하는 '신성한 소'에서 나온 말로, 기업이나 조직에 절대로 반대할 수 없는 경영 신조나 조직 통념 또는 관행을 의미한다. 우화 '벌거벗은 임금님'처럼 아무도 비판하지 못하거나 나무라지 못하는 대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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