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회사원이 세계 각지에 살고 있는 수 백 명의 한국 교민을 홀로 인터뷰했다. 발품 하나 팔지 않았다. 수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모으는데 필요한 시간은 한나절이면 충분했다.
세계를 무대로 ‘댓글 인터뷰’를 진행한 주인공은 회사원 김욱(39·부산 금곡동)씨. 그는 웹진 ‘무브온21(moveon21.com)’과 포털사이트 ‘다음(daum.net)’의 블로거 기자단에서 ‘커서’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김씨는 댓글과 트랙백(원격 댓글)으로 세계인을 취재한 국내 최초 블로거다.
◇ 댓글로 세계 취재 … “네티즌 신뢰 덕에 가능했다”
그동안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를 통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전문가급 블로거는 많았다. 그들은 자신이 주체가 되어 사실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김씨는 생생한 정보를 얻기 위해 ‘댓글’과 ‘트랙백’을 적극 활용했다. 전 세계 네티즌과 공동 취재를 벌인 셈이다.
김씨가 세계 각지 사람들과 함께 작성한 게시물은 두 달 전 ‘다음’에 올라온<한국 vs 미국, 직장문화 어디가 더 좋을까> 와 지난 15일자에 보도된 <세계적 이상기후 당신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 등 2건이다. 네티즌의 협업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내용이다. 수백여명이 참여한 게시물엔 세계 각지에서 올라온 생생한 경험과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가득하다.
정보 수집 방법은 간단하다. 블로그나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이 얻은 정보와 생각을 정리해 기사 제안글을 싣고 트랙백이나 댓글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와 기후 등을 묻는다. 한국 교민의 교류가 잦은 사이트나 블로그가 주요 취재 대상이 된다. 제안 원문을 하루 정도 게재한 뒤 댓글을 취합한다. 엉뚱하거나 거짓이라고 판단되는 댓글은 걸러낸 뒤 그 중 20∼30%를 추려 기사로 작성한다.
그는 “댓글로 세계를 취재해야겠다는 다소 황당한 실험을 시도하고자 했을 때 ‘과연 댓글에 정확한 정보가 올라올까’란 의심을 했다”면서도 “네티즌과 블로거의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업”이라고 말했다.
◇ “한국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살고 있는 그 곳은 어떤가요”
네티즌 공동 취재의 원조격인 <한국 vs 미국, 직장문화 어디가 더 좋을까>는 평소 자주 들르던 사이트에 올라온 ‘미국의 직장문화’란 게시글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 거주하는 한국 교민이 현지 직장생활 고충을 게시글로 올렸고 다른 교민들이 그 고단함에 댓글로 공감했다. 하나의 주제를 놓고 자유로운 이야기가 댓글로 오갔다. 김씨도 “그래도 미국보단 우리나라 직장문화가 더 힘들다”란 요지의 댓글을 달았다.
그러자 또 다른 댓글이 올라왔다. ‘미국은 업무로 사람을 힘들게 하지만 한국은 사람이 힘들게 한다. 이러한 한국 직장문화는 서구식 조직과 한국적 정서의 출동에서 나타난 불가피한 과정이다’란 반론이었다. 이렇게 댓글 토론을 하며 “한국회사와 미국회사, 어디가 더 힘들까?” “두 문화를 겪은 직장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 란 호기심이 발동했다.
김씨는 세계에 거주하는 수많은 네티즌의 생각과 경험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원문과 댓글을 정리해 영화 평론 사이트‘듀나’와 포털 사이트 ‘다음’ 국제란에 게시글을 올렸다. 미국 일본 한국의 직장 문화에 대한 비교 등 다양하고 자세한 경험이 댓글로 쏟아졌다. 이를 모아 정리하니 한편의 기사가 됐다.
<세계적 이상기후 당신이 계신 곳은 어떤가요>는 ‘다음’과 ‘듀나’ 등 3개의 블로그와 포털 사이트에서 댓글을 수집해 완성했다. 김씨는 해당 기사로 미국 프랑스 독일 두바이 일본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이상 기후를 소개할 수 있었다.
김씨는 “이번 댓글 인터뷰 성공을 계기로 세계 취재 네트워크를 구축해 보고 싶다”며 “댓글 인터뷰에 적당한 주제가 생길 때 마다 이 작업을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IT 기업들도 네티즌 공동 취재와 댓글 취재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다음’은 ‘이슈트랙백’이란 게시글 링크 서비스를 제공해 블로거들이 협업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고준성’이란 아이디를 사용하는 네티즌의 ‘세계의 이력서, 함께 비교해볼까요’ 란 블로그 기사가 좋은 예다. 미국 영국 러시아 브라질 남아프리가공화국 등 여러 나라 이력서를 비교할 수 있었던 데에는 댓글과 트랙백의 힘이 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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