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미니홈피. ⓒ2007 인터넷 화면 갈무리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첫날에는 예전에 만나던 여자친구가 들어왔고, 오늘은 졸업 후론 본 적 없는 초등학교 동창 여자애가 어떻게 알고 들어왔더라. 몰래 훔쳐보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하고 재미있다."
지난 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방문자 추척 프로그램'을 설치한 이아무개(25·남)씨는 프로그램 사용 후 느낌을 이렇게 표현했다.
"너 싸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설치했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이란 이름 그대로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방문한 사람의 '이름'과 '방문 시간'을 알려주는 것.
다양한 사진과 플래시 기능 등으로 많은 이용자를 보유하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하루치 방문자 수와 누적 방문자 수는 공개하지만 세부적인 방문자 명단은 알 수 없다. 때문에 흔적을 남기지 않고 몰래 타인의 미니홈피를 방문할 수 있어, 옛 연인이나 친구 등등의 근황을 아는 용도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5년째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사용하고 있는 이아무개(25·남)씨도 이달 초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이씨는 "얼마 전 친구가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인터넷에서 구했다고 했다. 그래서 내 미니홈피에 들어오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바로 (친구한테) 설치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지정한 게시물에 방문자가 댓글을 단 것처럼 방문 기록이 남는다. 중복 방문시에도 기록이 모두 남으며 자신의 방문도 기록으로 남는다.
일부 누리꾼들, 현금 설치 매매 시도하기도
이처럼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초부터 각종 웹사이트의 블로그나 커뮤니티에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했다거나 구한다는 누리꾼들의 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아예 관련 커뮤니티를 개설하거나 이메일과 메신저 등을 통해 프로그램을 공유하기도 한다.
▲ '도토리(싸이월드 전자화폐)'나 '현금'으로 매매를 시도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커뮤니티.
ⓒ2007 인터넷 화면 갈무리
일부 누리꾼들은 도토리(싸이월드 전자화폐)나 현금으로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 '매매'를 시도하고 있다. '도토리 50개'나 '현금 4000원'을 주면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해 주겠다는 것.
사실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조회 수 올리는 프로그램'과 함께 싸이월드 미니홈피 초창기부터 누리꾼들에 의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예전에는 컴퓨터 코딩을 통해 확인하거나 특정 클럽에 방문자 흔적을 남게 하는 제한적인 방법뿐이었지만 최근 퍼지고 있는 프로그램은 로그인한 방문자라면 모두 흔적을 남기게 된다.
물론 로그인하지 않고 방문하는 방문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로그인해야만 미니홈피의 세부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싸이월드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방문자 추적'의 한계는 거의 없어진 셈이다.
방문자를 보여줘... 훔쳐보기 방문자와의 싸움
왜 사람들은 방문자 추척 프로그램까지 만들어서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를 알려고 하는 걸까? 그 이유는 자신의 미니홈피 방문자에 대한 궁금증 때문이다. 미니홈피를 운영하는 최보미(23·여)씨는 "방문자 수는 높은데 댓글이나 방명록이 없으면 '누가' 들어와서 몰래 사진만 보고 갔나 하는 생각에 궁금해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자신의 미니홈피를 방문한 사람의 기록을 아는 대신 다른 사람에게도 자신의 방문 기록이 남을 수도 있다는 점.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열심히 한다는 양은경(25·여)씨는 "내 미니홈피에 누가 왔었는지는 알고 싶지만, 내가 남의 미니홈피에 간 건 알리기 싫다"면서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이 퍼지면) 알려지는 게 두려워서 고민하다가 타인의 미니홈피도 못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싸이월드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에 대한 대책 수립에 나섰다. 싸이월드의 한 관계자는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은 외부에서 플래시 파일을 만들어 올리는 방식"이라며 "12일부터 싸이월드 (이미지) 편집기를 이용하지 않은 플래시 파일의 업로드를 막아 놨다"고 설명했다.
단, 지난 12일 이전에 방문자 추적 프로그램을 설치한 미니홈피는 막을 방법이 없어 싸이월드 측에서 개별적으로 프로그램을 찾아 삭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니홈피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도둑 방문'과 보이지 않는 방문자를 찾으려는 '호기심' 싸움이 어떻게 번질지 누리꾼들은 주목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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