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이제 더이상 '작전세력'이니 '작전주'라는 말은 증권시장에서 새삼스럽지 않다. 기관투자가들은 물론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작전'은 아주 친숙한 단어가 되고 있다.

심지어 작전세력의 개입을 호재로 판단할 지경이다. 일부 인터넷 주식동호회 게시판에서는 대놓고 작전세력에게 주가를 급등시켜달라고 노골적으로 언급하는 글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금융사기꾼' 작전세력의 주포, '설계자'와 '전주'

='작전세력'이란 '작전'을 통해 특정기업의 주식을 싸게 사들인 후, 일반 투자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팔아치워 이익을 얻으려고 하는 세력으로, 일종의 금융 사기꾼 집단이다.

작전세력은 일반적으로 '설계자, 전주(錢主), 바지사장, 기술자' 등으로 분업화돼 있다.

작전의 전체 시나리오를 담당하는 '설계자'는 특정 회사, 특히 적자가 지속되면서 이름만 남아 있을 정도로 부실한 회사를 선택하고, 선택한 회사 주식을 저가에 매집하고 고가에 매도하는 과정까지의 매매계획 등을 포함한 작전 세부계획을 세운다. 특히 최근에는 부실 기업과 비상장 우량회사와의 인수ㆍ합병(M & A) 호재를 사전에 입수, 인수자ㆍ매도자와 결탁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설계자'는 기업은 물론 M & A와 주식흐름 등을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하는 만큼 금융전문가나 기업 재무담당자, 사채업자 출신이 많은 편이다.

작전세력이 주식시장에서 세력으로 군림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대개의 경우 한 번의 작전에 60억~100억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간다. 전주는 말 그대로 작전의 '밑천'인 자금을 담당한다고 해서 '쩐주'로 불린다. 주로 해당기업의 대주주 또는 사채업자, 고액 자산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작전세력에서 한때 '기술자'로 일했던 정모(39) 씨는 " '전주'들은 작전이 실패하는 경우를 포함한 어떤 경우에도 자신이 투자한 돈을 손해보는 일이 없다"며 " '전주(쩐주)'는 작전 전에 자신의 투자한 돈만큼의 담보를 받거나 조폭 등을 동원해 다른 작전 조직원에게서 반드시 돈을 돌려받아내는 무서운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작전세력의 수면조직, 바지사장과 기술자

='설계자'와 '전주'는 작전세력의 물밑 핵심조직으로 '주포'로 불린다. 반면 '바지사장'과 '기술자'는 '작전'의 수면 위에 노출된 사람들이다.

'바지사장'은 설계자의 계획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한 기업 포장업무를 담당한다. 바로 허위 공시와 호재성 뉴스 등을 시장에 흘려 작전 기업을 그럴싸하게 만드는 역할이다.

'기술자(트레이딩리더)'는 실제로 작전기업의 주식을 사고 팔면서 시세를 조종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주로 전현직 증권사 영업사원이 맡게 된다. 금융당국에 의해 작전이 적발될 경우 거래내역 조회 등을 통해 '바지사장'과 함께 쇠고랑을 차는 경우가 많다.

'주식 작전 베스트 비법'의 저자인 '모닝퍼슨(닉네임)'은 "작전세력의 실제 조직은 어수룩한 사람을 상대로 돈을 뜯어내는 사기도박단과 매우 유사한 형태를 띄고 있다"며 "단지 돈을 뜯어내는 수단을 화투나 카드 대신 주식을 이용한다는 점만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작전세력의 본거지, 부티크·텐프로샵

=암암리에 움직이는 주식 작전세력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부티크(Boutiqueㆍ작은 가게)'로 불리는 '소규모 사설 투자회사'다. 'OO에셋' 'OO투자'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이들 사설 투자회사는 자산운용협회 회원사와는 무관한 미등록 업체들이다.

서울 교대신사동, 강남 일대에 위치한 '부티크'들은 부동산중개업소에서 집을 중개하듯 기업의 인수ㆍ합병 중개 업무를 주로 한다. 이들은 사채업자나 금융전문가, 증권사 출신들로 이뤄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업 인수ㆍ합병과 주식담보대출 등이 이뤄지는 만큼 정보와 자금이 한곳에 모이는 곳이 부티크다. 작전세력의 설계자는 부티크에서 기업의 인수ㆍ합병 정보를 입수하거나 '전주' 등을 섭외해 1차 작전 모의를 갖는다.

'바지사장'과 '기술자'가 참여하는 2차 작전 모의는 주로 강남의 텐프로샵이나 멤버십 룸살롱에서 진행된다. 영화 '작전'의 한 장면처럼 룸살롱에 모여 여성 종업원을 불러 놓고 고급 양주를 마시며 '큰 건'을 논의하는 것이다. 재력을 과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들 호화 룸살롱은 보안 유지가 탁월해 범행을 모의하는 데 이만한 장소가 없다. 심지어 '작전주를 미리 알고 싶으면 유흥업소 여성 종업원에게 물어보라'고 할 정도로 현장 모의가 많이 이뤄진다.

이처럼 작전세력은 자금과 정보, 금융기술을 앞세워 보안을 철저히 유지한 채 일반 투자자들을 그물망에 몰아넣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의 작전은 본질적으로 정보 불균형과 비대면 거래, 대규모 거래를 통해 세력의 결집이 용이하기 때문에 발생한다"며 "일반 투자자들은 불공정한 게임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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