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핌=김선엽 기자
위안화예금 또는 위안화ABCP가 고금리를 제공할 수 있는 배경에는 중국 내부의 유동성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 또 한편으론 위안화 선물환율의 하락이 국내 투자자에게 차익거래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시중의 유동성을 조여왔다. 긴축의 강도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내수를 확대하고 버블을 조기에 차단한다는 기조에는 변화가 없었다.
많은 자국기업들이 투자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유동성 증가의 부작용을 더 우려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그림자금융을 손보겠다며 고삐를 더욱 당기고 있다.
한국은행 베이징사무소장을 지낸 임호열 국장은 "중국의 기업 상황으로 봐서는 돈을 풀어줘야 하는데 유동성이 생산 부문으로 가지 않고 부동산으로 흘러가 부동산가격을 자극하니까 돈을 타이트하게 끌고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본토에서 유동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의 상업은행이 해외에서 위안화를 끌고 오려는 유인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정부는 예대율을 75%로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어 중국 은행들은 예금 없이는 대출의 초과수요에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금금리 상한제로 인해 예금금리를 높일 수도 없다. 중국 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9월 말 기준으로 예금 잔액의 40% 이상이 금리상한에 몰려 있을 정도로 대출금리 상승 압박이 심하지만 정부 규제로 돌파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래저래 곤란한 형국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 은행들이 역외에서 위안화 예금을 확보해 본토로 돈을 송금하는 것이다.
임 국장은 "은행 대출 재원의 80%를 예금으로 조달하는 상황에서 예금금리 상한을 폐지하는 경우 은행의 자금 조달비용이 상승하면서 곧바로 대출금리가 급등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기업의 수익성 악화와 대외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중국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위안화예금 ABCP의 환헤지 구조. 하나대투증권 고은진 연구원은 "선물환율이 이론환율대로 형성됐다면 두단계 선물환매도를 거쳐 원화로 환산된 수익률로는 국내금리 이상의 초과성과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규제완화와 본토의 유동성이슈 등이 맞물리면서 달러/홍콩위안 선물환이 이론값보다 낮게 형성되었고 그 결과 순헤지후 0.6%의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또한 위안화 선물환율의 강세도 위안화 예금의 인기에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거주자의 위안화 예금이 급등했던 지난 9월 경부터 위안화 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선물환 디스카운트가 축소됐다.
통상 해외 상품에 투자하는 경우 FX거래(여기서는 위안화 현물을 사고 선물을 파는 계약)를 통해 환 리스크를 헤지하는데 이자율평형이론이 성립하면 투자국가의 금리가 자국의 금리보다 높을수록 헤지비용이 증가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금리자유화 조치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최근 홍콩 역외 달러/위안 선물환율이 하락했다. 양국의 금리차 만큼 스왑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가 확대돼야 하지만 위안화 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선물환 디스카운트(선물환율이 현물환율보다 낮은 상태) 규모가 축소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이 자본시장 개방 의지를 표명하면서 금리자유화에 따른 위안화 강세 기대가 형성되면서 위안화 선물 환율이 떨어졌다"며 "스왑금리차(원/달러 스왑과 달러/위안 스왑의 스프레드) 확대로 차익거래유인이 커지면서 위안화예금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만간 중국 정부가 달러/위안의 일일 변동폭을 현재의 1%에서 2%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위안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란 전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폐막한 3중전회에서는 환율 변동폭 확대를 명시하지 않았지만 올 초에 이에 준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이란 기대감이다.
하나대투증권 고은진 연구원은 "본토의 유동성 이슈로 국내 중국계은행 지점에서 역내수준의 비교적 높은 금리로 예금을 조달하면서 때마침 동반된 달러/위안 선물환 환헤지비용의 축소는 국내금리보다 높은 ABCP 상품을 등장시킨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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