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음 느낌표(Interrobang)
추사
스승의 말을 듣고 그냥 따르는 것이 아니라 항상 마음속에 의문을 품으며 학문에 정진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생각해 보면, 누구나 어렸을 적에는 어른들에게 많은 질문을 했다.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묻는 것은 선생님 몫이고 아이들은 대답만 한다.
시험이라는 것이 바로 그렇다. 그래서 주눅이 든 아이들은 질문하는 버릇을 잃게 된다.
근대에 와서 서양문명이 동양문명을 제압한 가장 큰 무기는 알파벳 문장의 맨 뒤에 찍히는 물음표가 아니었을까?
이 간단한 부호가 과학과 기술을 낳고 위대한 문학, 철학을 태어나게 한 부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에게는 의문과 질문을 나타내는 물음표의 문화가 부족했다.
한국, 일본, 중국에서는 각자 자기의 고유한 문자를 사용하고 있지만 물음표만은 서양의 것을 그대로 따다 쓰는 것만 봐도 짐작이 간다.
누구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에 의문을 품는 것, 그래서 기성관념에 본질적 의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바로 모든 지적 활동의 출발점이다.
내가 지금까지 배운 지식, 알고 있는 모든 사물들에게 물음표를 달아보라.
그러면 세상을 덮고 있던 먼지와 때가 벗겨지면서 낯설게 보일 것이다.
물음표와 짝은 이루는 기호는 느낌표다.
알고리즘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컴퓨터는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능력, 번갯불처럼 스쳐가는 아이디어의 이 느낌표!
물음표 형 인간은 복수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끝없이 회의하고 묻고 시험하고 주저하는 햄릿처럼, 가슴에 칼을 품고 이것이냐 저것이냐 머뭇거린다.
그래서 물음표만 있는 사람은 회색지대에 멈춰서 있다.
그러나 느낌표의 ‘감동’은 느낄 감(感), 움직일 동(動), 즉 ‘느껴야 비로소 움직인다.’는 뜻이다.
풍차를 거인으로 알고 뛰어드는 돈키호테의 열정과 저돌적인 행동이 보여주듯 말이다.
물음표가 자동차의 브레이크라고 한다면 느낌표는 액셀러레이터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은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갖고 살아가는 존재이다.
물음표는 느낌표가 있기 때문에, 느낌표에는 항상 물음표가 동행하기 때문에, 각자 특성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물음느낌표는 젊음을 탄생시키는 매직카드다.
좌우 어느 한쪽 뇌만으로는 통합적인 미래의 나, 그리고 문명을 창조할 힘을 발휘하기 힘들다.
영어권에는 ‘최초의 펭귄(First Penguin)’ 이란 관용어가 있다.
펭귄들이 뒤뚱뒤뚱 떼를 지어 바다로 모여들지만 정작 바다에 뛰어들기 직전에는 일제히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머뭇거린다.
바다 속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먹이 감이 있지만 동시에 위험한 물개나 바다표범 같은 천적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머뭇거리고 있는 펭귄의 무리 가운데 바다를 향해 맨 먼저 뛰어드는 용감한 펭귄이 있다.
그러면 그때까지 머뭇거리고 있던 다른 펭귄들도 일제히 그 뒤를 따라 바다로 뛰어든다.
Just Do It!
불확실하지만 일단 무언가 저지르는 것. 끝없이 회의하다가도 순간적 직관이나 느낌으로 판단하고 삶 속으로 뛰어드는 것.
이것이 의문과 감동이 한 몸이 된 ‘물음느낌표’의 상징적 부호가 의미하는 바이다.
자, 준비가 다 되었으면 불확실한 바다로 용감히 뛰어들어라.
젊음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에서 매일 죽고 매일 태어난다. 젊음은 그렇게 탄생한다.
● 인터러뱅이 도대체 뭐야?!
물음표(?)와 느낌표(!)가 하나로 합쳐진 모양의 인터러뱅은 1962년 미국 광고대행사 사장인 마틴 스펙터(Martin K. Specter)가 만든 새로운 개념의 문장부호다. 물론 그전까지 이러한 의미가 있는 부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록 비공식적인 글에서이긴 하지만, 사람들은 ‘그건 어때?!’와 같이 의문도 아니고 감탄도 아닌, 두 가지 의미를 동시에 표현하기 위한 문장부호들을 종종 사용하곤 했다. 여기서 아이디어에 착안한 스펙터는 ‘수사학적 질문’과 ‘교차시험’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interrogatio’, 감탄사를 표현하는 인쇄 은어 ‘bang’을 조합해 ‘인터러뱅(Interrobang)’이라는 단어와 부호를 만들어 냈다.
그리고 의심으로 시작해 놀람으로 끝나는 이 새로운 단어는 어느새 아이디어 창출과 혁신의상징이자, 세상을 바꾸는 모든 위대한 혁신의 필수 조건을 의미하는 21세기 혁신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다.
● 인터러뱅 세상이 열린다
사실 많은 전문가들은 인터러뱅이 과거와 현재를 함축하고 미래를 이어줄 콘셉트이자,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기적의 단어라 이야기한다. 이 간단한 부호가 기존의 관념과 질서에 끝없이 질문을 던지면서 새로운 시작과 창조적 사고로 해결방향을 찾으려는 사람들의 노력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하려면 역사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한번 떠올려보자. 그들은 모두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자신의 열정을 바치고,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새로운 것을 실행하고 또 실행했다.
바로 이것이 인터러뱅을 완성해가는 과정이다. 스티브 잡스, 피카소, 구글, 마크 주커버그, 빌커닝햄 신부, 소르킬 손, 폰 폴락, 존 페터먼, 스타벅스, 할리 데이비슨, 갈릴레이, 이순신 장군…. 그들은 기존 질서의 파괴자이자, 세상을 만드는 창조자이며, 열정적으로 실행하는 행동가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꿈을 꾸는 몽상가였던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인터러뱅이라는 용어가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그들의 업적 뒤에는 끊임없는 질문과 이를 해결하는 과정이 반복되는 인터러뱅이 살아 숨쉬고 있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개인이든 조직이든 인터러뱅으로 생각을 바꾸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더욱이 앞으로는 더욱 아이디어와 실행이 지배하는 인터러뱅 세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자신이 먼저 인터러뱅 세상으로 뛰어들어야 한다. 일에서든 일상생활이든 끊임없이 모든 것에 의문을 품고 행동함으로써 그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혁신의 상징적 아이콘인 인터러뱅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통상적으로 ‘인터러뱅 사이클’이라고 이름 지어진 이 방법론은 ‘Why’로 시작해서 ‘How’에 도달하기까지 고정관념을 파괴하고, 재창조하며, 실행하는 혁신적 문제 해결방안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끊임없는 ‘why?’라고 질문하는 지적 호기심이 충만해야 한다. 이 지적 호기심이 남들보다 충만하지 않다면 인터러뱅의 창출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다음 사례를 보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도서관하면 으레 떠올리는 단어, ‘정숙’. 반면 ‘대화’라는 단어는 도서관과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런던의 한 도서관은 다르다. 이곳에서는 두런두런 대화의 소리가 커피향처럼 가득하다. 이곳은 ‘사람 책’을 빌려주는 도서관이기때문이다. 책을 빌려주듯 사람을 빌려주는 도서관, 바로 ‘리빙 라이브러리’다.
덴마크 출신의 사회운동가 로니 에버겔이 창안한 리빙 라이브러리는 유럽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이벤트성 도서관. 이곳에서 사람 책을 읽는 방법은 일반 책을 고를 때와 같다. 도서목록을 보듯 사람목록을 보고서 원하는 사람을 대출하면 된다. 단, 한사람당 한명만 대출이 가능하며, 대출 시간은 30분이다.
사람 책의 목록은 다양하다. 18세 싱글맘이 된 소녀, 60살에 집을 나와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할머니, 여자 소방관, 트렌스젠더, 완벽한 채식주의자 등. 대부분 우리가 대화할 생각은 하지 않은 채 편견 속에서 바라봤던 사람들이다.
사람 책을 읽는 것이 일반 책을 읽는 것과 다른 점은 바로 질문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질문과 답이 오가는 와중에대화가 싹트고 편견은 녹아내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리빙 라이브러리에서 추구하는 것도 바로 이것이다. 대화와 소통. 즉, 점점 더 꽉 막혀가는 우리 시대의 소통에 대한 물음을 사람 책 도서관이라는 느낌표로 해결해낸 것이다.
● 당신의 인생에 어떤 부호를 찍으시겠습니까?
아이디어와 실행이 지배하는 인터러뱅 세상에서 우리는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나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물론이다. 1980년대 IBM이 지배하던 컴퓨터업계를 파괴하고 재창조한 것은 아무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같은 괴짜 아이들이었다. 지금 다시 이들을 위협하는 것은 얼마 전까지 캠퍼스 악동에 불과했던 괴짜 청년 마크 주커버그(페이스북 창시자)이다.
때문에 앞으로 세상을 바꿀 주인공도 지금 어디선가 음지에서 칼을 갈고 있는 당신 같은 무명의 칼잡이다. 인터러뱅은 우리에게 꿈을 심어주고 도전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러니 인터러뱅을 찍는 순간 우리의 삶이 흥분의 도가니로 바뀔 것은 그야말로 자명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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