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매는 할매 되고-염매시장 아지매 / 허홍구
    염매시장 단골술집에서 입담 좋은 선배와 술을 마실 때였다.
    막걸리 한 주전자 더 시키면 안주 떨어지고
    안주 하나 더 시키면 술 떨어지고
    이것저것 다 시키다보면 돈 떨어질 테고
    그래서 얼굴이 곰보인 주모에게 선배가 수작을 부린다.
    “아지매, 아지매 서비스 안주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주모가 뭐 그냥 주모가 되었겠는가..
    묵 한 사발하고 김치 깍두기를 놓으면서 하는 말,
    “안주 안 주고 잡아먹히는게 더 낫지만 나 같은 사람을 잡아 먹을라카는
    그게 고마워서 오늘 술값은 안 받아도 좋다”
    하고 얼굴을 붉혔다.
    십수 년이 지난 후 다시 그 집을 찾았다.
    아줌마 집은 할매집으로 바뀌었고 우린 그때의 농담을 다시 늘어놓았다.
    아지매는 할매 되어 안타깝다는 듯이
    “지랄한다 묵을라면 진작 묵지..”
    시집 <사람에 취하여> (2009, 시선사) /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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