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서울 시청 근처에 위치한 일자리 플러스 센터. '여성 일자리 센터' '장애인 일자리 센터'와 함께 '고령자 일자리 센터' 상담 창구에 자리가 꽉 차 있다. 어떤 이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상담에 열중하고 있고, 때로는 실망한 표정으로 발걸음을 되돌리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한다. 이곳에서 만난 강지화 고령자상담팀 팀장은 "우리는 일자리를 연결해 주는 곳이지 만드는 곳은 아니다"며 "그런데도 기대감을 갖고 왔다 현실을 깨닫고는 '일자리 만들어 내놓으라'고 화를 내는 분들도 많이 봤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50이 갓 넘어서자마자 정년퇴직 시기는 점점 빨라지고 있는데 수명은 30년 가까이 길어졌다. 더욱이 은퇴 후 연금을 받기까지 짧게는 5년에서 길면 10년간 '먹고 살' 걱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자리를 찾아 나선 이들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다.
◆ 취업자 "용돈벌이라도 제발..."
통계청에 따르면 5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일자리를 원하는 이들은 58.5%. 그러나 실제 취업자는 46.7% 정도라고 한다. 수치만으로도 '일자리 부족 현상'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상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더 크다.
전문직에 종사하던 이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살린 일자리를 원하지만, 노동 시장에 나와있는 일자리는 청소원, 경비, 가사 도우미 등이 대부분이다. 강지화 팀장은 "상황이 이러다보니 통계상 실업률의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는 있을지언정, 실질적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일자리 충원에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고 현실을 전한다. 노인인력개발원의 노인 일자리 사업에서 지원 받을 수 있는 임금은 보통 30만원 정도 수준이다.
여기에 재취업 교육 역시 열악한 상황이다. 고령자 재취업 직업 교육은 현재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 강 팀장은 "현재로서는 일주일간 청소원이나 경비 등의 직업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업 "나이든 직원 불편해서"
그렇다면 최근 정부가 노인 일자리 사업을 위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음에도, 고령자 취업 시장의 열악한 현실이 나아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우선 취업시장에서 '고령자 기피' 현상을 꼽는다.
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 상담을 진행 중이던 한 상담원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아무리 고령자 취업의 장점을 설명하고 일자리를 요구해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한숨을 쉰다. 업체 측에서는 고령자를 직원으로 채택할 경우 권위적인 한국 직장문화에서 일단 업무를 지시하는 데 불편함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우선 발목을 잡는다. 기업들의 인식 개선이 먼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일자리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고 악순환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고령자 취업 정책과 관련해 통합되지 않은 정부 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현재 고령자 취업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곳은 보건복지부, 노동부 등이다. 또 다른 상담사는 "여러 기관에서 각기 따로 사업을 추진하다 보니 상담사들도 모든 지원 내용을 일일이 다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며 "그러니 취업자들 역시 자신에게 딱 알맞은 정보를 찾아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 5060 취업 전략, 눈높이부터 낮춰라
그러니 이 같은 현실에서, 은퇴 후 재취업을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면서도 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눈높이 낮추기'다.
강지화 고령자상담팀 팀장은 "현실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않으면 그나마 지금 나와있는 일자리마저도 경쟁률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취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실제로 상담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도 이 부분이다"고 설명했다.
둘째, 가능한 발품을 많이 팔아 정보를 모으는 것도 간과하기 싶지만 중요한 부분이다. 고령자 일자리 지원책의 경우, 지방자치단체나 노동부, 보건복지부 등 다양한 정부기관이 관여해 운영 중이기 때문에 지원 조건이 각기 다르다. 때문에 취업자 입장에서는 최대한 다양한 정보를 모으는 것과 함께, 자신에게 알맞은 취업 조건을 미리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미리 고민해 보고, 그와 관련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제2의 직업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팀장은 "이때도 이와 같은 노동 시장의 현실을 고려해, 자격증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최근에는 공인중개사, 주택관리사 등의 자격증이 인기다. 실제로 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현재 공인중개사로 활동하는 8만명 중 50대 이상의 고령 인구가 2만명 정도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일러 관리사 자격증 등 건물관리에 필요한 자격증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강 팀장은 "은퇴 10년 전부터 보통 자격증 등 미래의 직업을 준비하라고 말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며 "늦어도 은퇴를 앞두고 2~3년 전부터, 혹은 은퇴를 한 이후라도 단순히 일용직 고용을 늘리는 것 보다는 이와 같은 전문직업 교육을 늘리는 방안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준전문직 고령 취업 < 시니어 인턴십 사업 >
'전문성을 살리고 싶은데….' 은퇴자들의 연륜과 경험이 빛을 발할 수 있는 일자리 마련을 위해 서울시가 발벗고 나섰다. 단순 노동직에 국한돼 있는 현재의 고령자 취업 시장에서 준전문직을 원하는 이들이 눈 여겨 볼 만한 일자리 지원 사업인 '시니어 인턴십 사업'를 소개한다.
시니어인턴십 사업은 5060대 고령 취업자들이 전문성을 살릴 수 있도록 준전문직 고용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60여개의 우수중소기업을 선정, 해외무역 경영컨설팅, 잡지 광고 등 준전문직 일자리를 제공 중이다. 모집업종은 특별한 제한은 없으나 기존 50대 이상자의 고용시장이 형성된 경비, 청소, 주차관리, 요양보호사 등은 제외된다.
지원자격은 만50세 이상의 미취업자나 전직희망자로 서울시 거주자이며, 평균 임금은 130만원 정도다. 60대 이상 노인인력개발원에서 지원하는 임금은 30~40만원 선이다. 기업별 면접을 거쳐 채용이 확정되며, 고용 보험 및 가입여부 등 간단한 자격조회 후 즉시 근무할 수 있다.
특히 시니어 인턴십 참여기업은 서울시와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인건비를 지원한다. 50대 시니어인턴을 채용하는 기업에는 약정임금의 60%, 월 최대 100만원을 최장 6개월간 서울시가 지원한다. 또 60대 시니어를 채용하는 기업은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서 약정임금의 50%, 월 최대 45만원을 4개월간 지원한다. 참여희망기업은 서울일자리플러스센터를 통해 온라인신청하거나 각 자치구, 노사발전재단,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전경련 중견인력지원센터로 서면접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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