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제가 30세가 넘어서 뒤늦게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가장 마음에 걸렸던 것이 바로 문법이었습니다. 영어공부를 하려니 학생 때 공부했던 문법을 다 잊어버려서 어떻게 해야 맞는 말인지, 어떤 것이 틀리는 것인지 자신도 없었고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몇 년간의 영어공부 후에 미국에 와서 직장을 다니면서 약간은 영어에 자신이 생긴 후에 내린 결론은 영문법이란 것은 결국 문장이 구성되는 원리이며 문장이 구성되는 원리의 대부분은 따로 문법책을 가지고 문제 풀고 외우면서 터득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말을 하면서 (책을 읽기나 영화 대사 따라 하기, 혹은 원어민과 대화 등) 저절로 깨우치는 것이 빠르다는 것이었고 이런 내용은 제 이 전 글인 “영문법, 공부 할까, 말까” 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영어로 된 긴 문장을 쉽게 해석하기
하지만 영어로 된 뉴스나 영화를 보거나, 글을 읽을 때 초보자를 항상 괴롭히는 문제는 이 어순을 이해하지 못해서 문장이 조금만 길어지면 이해를 하다가 (혹은 해석을 마음 속으로 하다가) 놓쳐버린다는 것입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이런 문제로 고민이 많았는데 영어공부의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던 몇몇 영어공부 관련 서적을 읽으면서 서서히 고민이 해결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영어의 어순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데는 시간이 꽤 걸렸고 이 단계를 넘어서니까 문장이 아무리 길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고 저 자신이 가끔은 쓸데없을 정도로 긴 문장을 사용하면서 말하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도대체 영어의 문장을 어떻게 구성되는가를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음은 오늘 자 뉴욕타임즈지에 실린 미국의 자동차 시장 동향에 관한 기사의 일부입니다.
글을 읽으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고 그냥 쭉 읽어서 자연스럽게 해석이 되신 분은 이 글을 더 이상 읽지 않아도 됩니다. 제가 대강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산업 분석가에 따르면, 약화되는 경제 때문에 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강화하고 소비자들은 자동차 구입을 멀리하면서 10월은 자동차 회사들에게 9월만큼이나 비참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정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 신문을 읽다 보면 단어를 몰라서 단 몇 문장도 못 나아가겠다는 사람들이 많은데 알고 보면 단어가 문제가 아니고 문장 구조에 익숙하지 않은 원인이 더 큽니다. 사람은 누구나 글을 읽다가 문장 속에서 어느 정도의 짐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서 그 단어나 숙어를 한번도 들어보지 않았어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100% 정확하게 해석을 하지 못하더라도 읽고 80%만 이해한다면 그렇게 많이 놓친 느낌이 들지는 않게 됩니다.
우리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문장의 형식을 좀 보겠습니다.
1형식
주어 + 동사
The accident happened.
2형식
주어 + 동사 + 보어
The girl was pretty.
3형식
주어 + 동사 + 목적어
I loved her.
4형식
주어 + 동사 + 간접 목적어 + 직접 목적어
I gave her the letter.
5형식
주어 + 동사 + 목적어 + 목적 보어
I made her angry.
목적 보어니 간접 목적어니 하는 용어를 듣는 순간 좌절감이 밀려오시는 분 많으실 것 같은데 이런 용어는 지금부터 필요 없습니다. 그냥 문장만 놓고 다시 보겠습니다.
The accident happened.
사고가 났다.
The girl was pretty.
소녀는 예뻤다.
I loved her.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I gave her the letter.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주었다.
I made her angry.
나는 그녀를 화나게 했다.
문장이 짧아서 그런지 독해에 별로 어려움이 없으셨을 줄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긴 문장이라도 이 다섯 가지 패턴은 벗어나지 않기에 선현들께서 문장 형식이란 것을 명명했을 줄로 압니다. 위의 문장을 차근차근 읽다 보면 이런 공통점이 발견됩니다. 이는 뒤의 단어는 항상 앞의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입니다. 조금 풀어서 써봅니다.
2. 동사는 그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고 주어 다음에 온다.
3. 동사를 보충하는 말이 동사 다음에 오고, 그 말을 보충하는 말이 그 다음에 오고, 그 동사를 보충하는 말을 보충하는 말을 보충하는 말이 그 다음에 오면서 문장이 무한히 길어진다.
위 세가지가 문장 구성의 원리입니다. 너무 간단해서 믿기지 않으시면 다시 위 문장을 보겠습니다.
The accident happened.
사고가 났다.
주어 다음에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동사가 옵니다.
The girl was pretty.
소녀는 예뻤다.
주어 다음에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was 라는 동사가 오고 그 뒤에 was라는 말을 보충하는 pretty라는 말이 왔습니다.
I loved her.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
주어 다음에 주어의 상태를 설명하는 love가 오고 그 다음에 love라는 말을 보충하는 her 가 왔습니다.
I gave her the letter.
나는 그녀에게 편지를 주었다.
나는 주었고, 누구에게 주었냐 면 그녀에게 주었고, 그녀가 뭘 손에 들고 있냐 면 편지가 있습니다.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따라가게 됩니다. 우리말과는 어순이 사뭇 다르기에 우리 말로 번역하려면 앞뒤로 왔다 갔다 해야 하지만 그냥 그림을 그리듯이 내가 손을 내밀고, 그 앞에 여자가 있고, 그 녀가 손에 편지를 들고 있는 모습을 상상하시면 쉽습니다.
I made her angry.
나는 그녀를 화나게 했다.
마찬가지 입니다. 내가 뭔가를 만들었는데 그게 바로 그녀고, 그녀의 상태가 화난 것입니다.
어쩌면 말장난 같은데 이 원리를 이용해서 영작을 해보겠습니다.
"나는 부모님을 설득하느라 힘든 시간을 가졌다."
주어는 I 로 쉽습니다. 내가 뭘 어쨌습니까? 뭔가 가졌군요. 그 다음에는 had가 적당합니다. 근데 뭘 가졌나요? 보충해줄 말이 필요합니다. 힘든 시간은 a hard time이라고 하면 적당할 듯 합니다. 근데 힘든 시간 동안 무엇을 했길래요? 설득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persuade가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누굴 설득했는지가 빠졌군요. My parents입니다. 이를 다시 나열해보겠습니다.
I had a hard time persuade my parents.
여기서 약간 어색한 부분이라면 동사 persuade가 나와서 어떻게 한 문장에 동사가 두 번인가 하는 문제인데 바른 표현은 persuading입니다. 그래서 아래와 같이 되어야 합니다.
I had a hard time persuading my parents.
이런 식으로 문장을 이해하는 것의 장점은 진짜 말을 할 때 거의 모든 의도하는 문장을 마음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고, (문법적으로 완벽해지려면 시간이 걸리지만) 문장을 들을 때 자기가 예상하는 순서대로 말이 들어오기 때문에 이해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한 번 더 문장을 만들어볼까요.
"어머니는 내가 외국에서 공부하기를 원한다."
당연히 어머니가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어머니가 어떤 상태냐면 원한다는 것입니다. 뭘 원하냐면 내가 뭘 어쩌기를 원하시죠. 여기까지만 보면 my mother want me이렇게 되는군요. 그 다음은 내가 공부를 하는 것이고, 어디서 공부하냐면 외국이라고 했습니다. 여기까지 다 주욱 나열을 해보면
My mother want me study abroad.로 됩니다. 여기서 문장을 세련되게 만들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고쳐 줄 수 있습니다.
My mother wants me to study abroad.
My mother want me study abroad라는 거친 문장이 위의 바른 문장으로 다듬는 능력은 다시 말씀 드리지만 책도 읽고, 영화 대사도 외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획득되게 됩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아이디어만 있으면 문장을 만드는 것이 그다지 두려운 일이 아닙니다. 여기서 확장되는 것이 and, or, but, if 같은 접속사라든가 that, which 같은 관계대명사입니다. 이는 위에서 말씀 드린 세가지 법칙에 추가되는 네 번째 법칙이 될 텐데 이는 오늘 이야기의 범위를 벗어나므로 다음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첫 문장으로 돌아가서 해석을 해보겠습니다.
주어가 october입니다. 10월이 어쨌냐 면 모양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모양이냐 면 비참한 한 달로 모양이 되고 있는데 얼마나 비참하냐면 진짜 많이 비참했던 9월 달 만큼이나 비참하다고 합니다. 여기까지가 한 문장입니다.
다음 문장은 lender로 시작합니다.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니까 금융회사나 은행 정도로 해석하면 될 것 같습니다. 이 회사가 뭘 어쨌냐면 뭔가를 조이고 있답니다. 뭘 조이냐면 대출의 기준을 조인다고 했습니다. (financing은 금융을 하는 것이니까 대출을 해 준다고 의역했습니다.)
그 다음 문장은 many consumers입니다. 많은 소비자들이 어쨌나요.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뭘로 부터냐면 (자동차 딜러쉽의) 전시장입니다. 그 이유는 약화되는 경제 때문이라고 붙어있습니다.
제가 중간에 뺀 말이 있는데 according to industry analysts 입니다. 업계 분석가에 따르면 그렇다는 것인데 이 말은 빼도 해석이 되고, 넣으면 이해가 더 도와지는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이런 쉬운 세 문장 정도가 as와 and로 이어지면서 초급자에게 해석 불가능한 (혹은 해석에 5분을 요하는 ^^) 문장으로 탈바꿈되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런 쉬운 법칙이 있으니 영어는 쉬운 것이다라고 단언하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이 들어 보셨음직한 “이 한가지 법칙만 알면 영어는 해결된다”는 식의 광고도 알고 보면 호박을 잡아당기면 끊임없는 넝쿨이 딸려 나오는 것처럼 무수한 예외와 법칙이 새로운 법칙을 낳는 것이어서 좌절을 안겨주기가 십상이니까요. 하지만 영어 원어민들이 어떤 사고를 가지고 문장을 만들고 말하는지를 알면 이해하는 사람도 같은 순서를 기대하고 듣게 되고 이는 문장의 해석을 한결 쉽게 하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제 영어를 듣거나 읽을 때 뒤의 단어는 항상 앞의 단어를 설명한다는 것을 기억하세요. 그리고 오늘 당장 듣거나 읽는 영어 문장에 이 원칙을 대입해서 제가 맞는 말을 한 것인지 확인해보시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이 법칙은 많은 영어교육자들이 이미 깨닫고 무수한 다른 이름을 붙여서 설파하고 있는 내용입니다만 처음 들어보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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