Ⅵ. 취학전 문제행동아동의 상담치료 사례연구
1. 서언
현대사회의 급속한 변동으로 많은 사회문제와 병리적인 현상들이 곳곳에서 발생되고 있다. 그 중 아동과 청소년의 행동적, 정서적 문제들은 대안책을 찾기도 전에 그 정도를 더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비행의 문제행동에 있어서도 더욱 폭력적이고 집단적이며 지능화되어 가고 있다. 거기에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는 그러한 문제행동들이 차츰 연령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취학전의 아동이 가정에서 일탈되는 경우는 기아나 미아에서 대부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연령의 아동들이 스스로 집을 나가는 가출의 현상으로 원인이 확대되고 있다. 본 상담소에 입소하여 상담치료를 받는 가출, 도벽 등의 학령기 문제행동 아동을 살펴보아도 처음 그러한 비행이 발생한 시기는 6-7세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 얼마만큼 그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취학전의 아동의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으나 여기에서는 본 사례연구 대상이 되는 아동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아동개인의 문제와 관련된 환경적 요인이나 가족 내력이 가족기능 면에서 볼 때 아동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에서 거론되고 있다. 사례의 아동은 그러한 가족기능이 원활치 않은 결손, 갈등, 빈곤의 문제를 지닌 가정의 아동으로 성장할 때 필요한 많은 자원이 결핍된 생활을 하였다. 이에 따라 아동은 심리적인 결손까지 동시에 체험하여 애정결핍을 동반한 심각한 문제행동을 보이게 되었다. 또한 성격적인 면으로 보아도 유치원이나 또래집단에 적응을 못하고 공격적이고 퇴행적인 현상을 지니게 되었다.
이렇게 가장 기초가 되는 가정에서 보호되지 못하고 방치가 지속될 때 부모는 그들의 책임을 통감하지 못한채 오히려 체벌이나 고함, 협박 등으로 대처하여 아동은 불안한 상황에서 새로운 학대까지 체험하게 되어 정서상의 문제까지 일으키게 되는 예가 많다.
본 상담치료 사례연구는 이러한 열악한 환경에서 분리하여 사랑받고 보호되는 과정에서 재적응할 능력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취학전 문제행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소고이다.
아동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아동이 사용한 용어를 불가피하게 옮기는 경우 다소 거친 욕설과 비어가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양해를 구하고자 한다.
2. 입소아동의 사례개요
1) 신상자료(Identification data)
■ 내담자 : 서성철(가명, 남, 7세, 이하 Ct로 칭함)
■ 주호소 : 가출(도벽, 허언)
■ 입소일 : 1991년 7월 1일
■ 가족력(family history)
Ct의 아버지는 전쟁고아로서 부산에 있는 보호소를 통해 고아원에서 성장하였다. 국민학교 졸업 후 가출을 시도하여 3, 4곳의 고아원을 전전하며 힘겹게 살아왔다. 17세때 무임승차로 서울에 올라와 다리 밑에서 생활하다가 자활보호자로 선정되어 폐휴지를 모으는 넝마주이가 되었다. 5․16혁명 후 깡패집단으로 몰려 산간지역에 끌려가 강제노동도 하며 어려운 청년기를 보내야 했다. 그곳에서 빠져나온 Ct의 부는 배운 기술이 없어 본래의 넝마주이 일을 계속하다가 첫 번째 부인을 만나 혼인하였다. 그러나 부인이 아이를 못 낳는 것을 알게 되어 이듬해 이혼하였다. 84년 주위 사람 소개로 이혼 경력이 있는 Ct의 생모를 만나 재혼을 하였다. 본래 낭비벽이 있던 Ct의 모는 Ct를 출산한 다음 Ct 부 모르게 전에 이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자녀가 셋이 있다는 사실과 그동안 집의 돈을 몰래 가져가 그들의 경제적 뒷받침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이혼하였다. 당시 Ct가 어려 생모가 전남편의 집으로 데리고 갔으나 1년 후 Ct 부가 집으로 데리고 와 양육하기 시작하였다.
Ct의 부는 2종 생활보호대상자로 계속 고물상에서 일을 하다 지난 해 12월영구 임대주택을 분양받아 지금은 취로사업장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부는 무지하고 단순한 편이나 생활면에서 지혜가 있고 Ct에 대한 책임감과 사랑이 많은 편이다. Ct 모와는 전혀 관계를 갖지 않고 Ct도 엄마를 찾는 일이 없고 사망한 것으로 알고 지낸다.
■ 문제력(problem history, 상담자는 W'er로 칭함)
Ct의 부는 Ct를 5세때 유치원에 보냈다. 처음 1년간은 잘 적응하는 듯하다가 차츰 아이들을 때리고 욕을 하기도 하면서 가끔 남의 물건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다. 91년 초 태권도 학원으로 옮긴 다음엔 너무 욕이 심하고 거칠어 퇴원을 당하였다.
Ct를 받아주는 학원이 없어 부가 일하는 고물상에 데리고 가 부가 돌아올 때까지 그곳에서 혼자 놀게 하였다. 처음엔 고물을 고르며 잘 놀더니 4월부터는 조금씩 먼 곳으로 돌아다니기 시작하였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가게에서 훔쳐먹고 오락실에 들어가서 구경을 하다가 싫증이 나면 남의 자전거를 타고 돌아다니며 역이름을 외울 정도가 되고 혼자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내려가기도 하였다. 파출소 등을 통해 부가 Ct를 찾아 온 횟수가 30회에 이르게 된다.
3개월만의 급격한 가출과 도벽, 그에 따른 허언으로 Ct부는 체벌을 많이 하였다.
상담소에 온 첫날부터 극에 달한 욕설과 빈정거림, 공격적 태도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그대로 방치된 피부병과 화가 나면 상처를 뜯는 등의 정서장애를 보였다.
Ct와의 첫만남을 요약해 본다.
■ 1991. 7. 1. 오후 8시
▪W'er가 외출을 하고 돌아오자 아동들이 새로 아이 한명이 왔는데 막 욕을 하고 계속 싸웠다고 하며 그런 애는 처음 봤다는 식으로 설명을 한다.
▪저녁간식 전에 숙실에 갔을 때는 당직 교사에게 욕을 하여 실갱이를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W'er가 들어서자 노려보며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씩씩거린다.
W'er : 네가 성철이구나.
Ct : (인상를 쓰며) 그래요. 아줌마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아요?
W'er : 지금 성철이가 화가 많이 나 있구나. 나는 C수녀님이야. 네가 오늘 왔다는 얘길 듣고 너를 만나러 왔어.
Ct : 난 갈거예요.
W'er : 집에 가고 싶어서 화가 난거니? 그런데 지금은 밖이 어두워서 집에 갈 수가 없는데 어떡하지?
Ct : 난 갈 수 있어요. (빈정거린다)왜 그러쇼, 난 갈거예요, 썅-.
-W'er의 반응에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W'er : 그럼 네가 정말 가고 싶으면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줄게.
Ct : (갑자기 소리를 지른다)싫어요. 전화하지 마요. 아빠 죽여 버릴거야. 내가 엄마도 죽였어요. 다리 자르고, 또... 팔도 내가 잘랐어요. 알기나 해요? 왜 그러쇼, 난 로보캅이예요. 후레쉬맨도예요. 나 갈거예요.
W'er : 성철이는 엄마, 아빠가 미운가 보구나.
Ct : (징징거린다)나 갈거예요. 수원행 타면 집에 가요.
- 어두워서 혼자 보낼 수 없다고 하자 계속 떼를 쓴다. 이 과정에서 Ct가 어느 정도 과정되게 표현하는 것이 드러나 W'er는 맞닥뜨림을 사용한다.
W'er : 여기는 자기가 원해야 친구들이랑 살 수 있는 곳이야. 그렇게 혼자 가고 싶으면 가도 좋아.
Ct : (신경질적으로)차비가 있어야 가지요.
W'er : 차비 내고 차를 탔었니? 넌 차비가 필요가 없잖아(강하게 말한다).
Ct : 차비가 있어야 기차 타요. 씨-알지도 못하면서,(갑자기 화제를 돌린다) 아줌마, 새마을호 타봤어요?
W'er : 수녀님이라고 불러 줬으면 좋겠는데. 그렇게 불러줄 수 있겠니?
Ct : (작은 소리로)수녀님, 새마을호 타봤어요?
W'er : 그래, 부산에서 서울오는거 타봤지.
Ct : (비웃는다)뻥까지 말아요. 부산에는 새마을호가 없어요. 씨-뻥가지 마쇼. 난 새마을호 타봤어요.
- 기차 이야기를 주고 받다 이야기 꺼리가 떨어졌나 보다. 갑자기 생각난 듯이 집에 가겠다고 다시 떼를 쓴다. 그러면서도 주먹 쥔 손은 이미 펴지고 피곤한 기색이다. 그 때 6세 된 아동이 갑자기 들어와 W'er에게 안기자 다시 감정이 날카로와진다.
Ct : 나가. 씨발. 안 꺼져. 나가, 새끼야.(마구 소리를 지른다)
W'er : 성철아, 수녀님은 너하고 친해지고 싶어. 이리 와서 무릎에 좀 앉아 볼래?
- 6세 된 아동을 보낸 후 skin-ship을 시도한다.
Ct : 싫어요. 씨- 내가 여자예요? (W'er의 눈치를 보며 무릎이 상처를 뜯는다. 어유. 아파, 아파, 아파, 으윽-.
W'er : (안아주면서 다리를 만져준다)저런, 다리를 다쳐서 많이 아프겠구나. 내일 의무실에 가서 치료를 받자.
- 복도에서 자겠다고 억지를 쓰다가 슬그머니 방으로 들어간다.,
- 온 몸에 멍자국과 피부병이 심한 상태이나 치료가 안되어 매우 불량한 위생상태이다.
- 부모에 대한거부와 매맞은 자국으로 보아 신체적 학대를 받은 아동으로 판단되어지나 좀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 매우 폭력적이고 공격적이며 불안한 정서상태에다 폐쇄적이고 방어가 강하다.
2) 상담의뢰 경위
Ct의 가출이 통제가 안되는 상태에서 부는 더 이상 Ct를 양육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친권은 포기하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 절차를 밟아 보호자의 생활무능력을 이유로 OO보육원에 위탁보호를 신청하였다.
91년 6월 말에 보육원에 들어간 Ct는 6일동안 3차례에 걸쳐 가출을 하였다. 그 곳에 일주일간 머물면서 가출이외에 욕설과 이상한 몸짓으로 아이들의 관심끌기를 하여 관리하기에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OO보육원에서는 Ct의 문제행동을 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도벽, 허언을 동반한 상습적인 가출로 진단하고 본 상담소에 치료를 의뢰하게 되었다.
이후 상담을 진행하면서 보육원 측에서는 자신들의 기관이 의뢰했기 때문에 보호자의 권리를 주장하였다. 반면 부는 Ct의 가출을 보육원 측에서는 이상 행동으로 표현하여 마음이 상했던 터라 그곳에 위탁을 무효화하고 보육원 관계자와 만나는 것조차 꺼려하였다. W‘er는 보육원 측과 Ct 부를 각기 상담을 하며 원만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중개자 역할을 해야 했다.
3) 진단 및 상담계획
(1) 사회적 진단
■ 부의 성장기 불안정이 가족해체에 영향을 미침
■ 모의 이중생활과 정서적 불안에 따른 간접적 불안감 체험
■ 부모의 갈등과 이혼에 의한 양육자와 양육지의 잦은 이동
■ 모 결손으로 인한 애정 욕구의 불충족
■ 경제적 빈곤으로 인한 방임
■ 문제발생 후 부로부터 신체적 학대 받음.
(2) 심리적 진단
① KIPA(91년 7월 1일 실시)
■ 검사의견
▪전체적으로 검사에 대한 이해가 없고 질문을 이해하지 못하며, 행동의 통제가 어려워 검사 실시가 불가능했음.
▪인물화 검사는 인물화에 의한 간편 지능검사 규준에 맞춰 살펴보면 약 3세 이하의 정신연령을 보인다.
■ 검사태도
▪신경질적, 폭력적, 마음에 안들면 욕설과 난폭한 행동을 일삼는다.
▪멋대로 고집스러운 행동을 보인다.
▪좋아하는 사물을 빨기, 핥기 등의 적극적인 애착행동을 보인다. 특히 동물을 좋아함. 지우개 핥기, 먹기.
② KIPA(91년 11월 4일 재실시)
■ 검사의견
3.6~3.11세의 연령 집단의 지적 연령에 상응한다. 자신의 생활연령에 비춰 약 2년정도 발달이 뒤떨어진다. 그러나 아동이 과제에 대한 주의집중의 어려움이 있으며 깊이 사고하지 않는 면들이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사료됨.
■ 검사태도
검사 중반 이후부터 산만한 행동을 보임. 계속 ‘얼마 남았아요?’라는말과 함께 몸 움직임이 많아짐. 후반으로 갈수록 잘 보지 않고 멋대로의 반응을 보인다.
③ VMI(91년 11월 4일 실시)
■ 검사의견
▪Ct의 VMI연령은 4.4세로 자신의 생활연령(5.11세)에 비추어 볼 때 1년 6개월 정도 발달이 뒤쳐진다고 볼 수 있다.
▪「좌사선」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지각적인 차이보다는 수직, 수평방향의 운동이 협조되지 않는 어려움과 기계적 곤란 때문으로 해석된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사선의 협응능력이 계속 이루어지지 않는 것을 알 수 있다.
■ 검사태도
주의깊게 보면서 잘해보려는 욕구가 부족하다. 선은 거침없이 그려낸다.
■ 참고
검사 후 1~2개월에 걸쳐 Ct가 매일 아침 글씨쓰기 시간에 쓴 글자를 보면 좌사선은 어느 정도 가능하나 글씨 구성에는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3) 상담계획
■ 주1회의 놀이치료로 정서적 안정을 찾는다.
■ 애정결핍에서 오는 퇴행과 같은 방어기제를 제거한다.
■ 부와 Ct의 재결합을 위한 지속적인 부모상담
■ 또래 집단과의 적응을 위한 사회화 사업
■ 학습장애 및 부진 극복
3. 상담치료 과정
1) 놀이치료를 통한 접근
(1) 초기단계(제1차~7차 상담)
․W'er와의 관계형성을 중점을 두고 접근한다.
․초기 단계에서는 비지시적인 놀이로 Ct가 놀이실과 상담소 생활에 적응하도록 돕는다.
■ 제1차 상담(91년 7월 2일 오전 10시)
놀이실에 들어오며 감탄을 한다.
Ct : 소리나게 해주세요. 어떻게 해요, 해주세요, 못하겠어요.
- 계속 의존적인 어휘를 사용하나 진심을 도와주길 바라는 어투는 아니다. 미니카를 보고 좋아하며 떨어뜨릴 정도로 양팔에 담아온다. “띠뚜, 띠뚜.....휙.... 슁.... ”등의 의성어를 쓰며 재미있게 논다.
88기차를 본다. 미니카는 여러대 손에서 놓질 않은 채였다. 기차 레일을 연결하자고 해놓고는 자신은 하려고도 않는다. 기차 바퀴에 뺨을 댄다.
Ct : 아 간지러, 이 새끼야. 와.(이어서 스쿨버스를 가지고 온다.)
Ct : 이제 종점. 여기가 종점이니까 다 내려야지요.
W'er : 그렇구나. 오늘 성대 표정하고 말이 참 예쁘구나.
Ct : 알아요.
기차를 다시 방바닥에 놓고 켠다. 기차가 움직이자 혀를 내밀고 기차를 핥으려고 하다. 기차 위로 몸을 굽혀 터널을 만들고는 방바닥을 혀로 핥는다. 서랍에서 풍선을 꺼내 불고는 그것도 핥는다.
기차를 가지고 시간이 끝날 때까지 논다. W'er가 시간이 다 되었으니 나가자고 하자 어제 밤의 표정과 말투로 다시 변하며 빈정거린다.
Ct : 난 안 나갈거예요. 왜 그러쇼, 난 안 나가요. 내 맘이예요.
- W'er가 놀이실 규칙을 상기시켜도 계속 거부한다.
W'er : 나는 성철이하고 여기서 나간 다음에 사탕을 주려고 했는데.
Ct : (갑자기 표정이 밝아진다)사탕 있어요? 뻥이지요? 어디 봐요. 5개 있어요?
W'er : 지금은 없지만 나가면 3개 줄게.
Ct : 좋아요. 진짜지요.
신나는 모습으로 놀이실을 나간다.
- 어제밤과는 달리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였으나 종결부분에는 다시 방어적인 태도로 바뀐다.
- 애착행동과 동시에 관심끌기를 위한 거부적인 행동을 간혹 보인다.
- W'er를 놀이에 참여시키지 않으나 배제하지는 않는다.
- 언어표현은 활발하지 않으나 반복하여 말을 하고 의성어를 다양하게 사용하는 특징이 있다.
■ 제2~4차 상담에서는 기차, 미니카, 버스, 비행기 등의 대중교통 수단에 한정된 놀이를 한다. 시선과 몸짓이 매우 산만하다. W'er의 말을 장난스럽게 따라하기도 하고 놀이에 조금씩 참여시킨다. 상식적인 면, 인지적인 면이 매우 떨어지면 시간 개념이 전혀 없다.
인형세트에서는 역할놀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자신의 놀이를 확장할 때만 인형을 사용한다. 상담이 끝날 시간이라고 알려주면 그때부터 떼를 쓰듯 빈정거림이 심하고 전혀 정리를 하지 않는다.
■ 제5~7차 상담에서는 물놀이를 전후로 하여 이루어졌다. 계속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한 놀이가 진행되며 W'er를 많이 참여시킨다. 그러나 W'er 마음대로 정차를 하면 짜증을 낸다. 초기의 산만함이 조금씩 시선 정리가 되어 가면서 활동적인 행동으로 바뀐다. 혀로 핥는 것은 많이 줄었으나 놀이 중에 자신의 입 주위를 빠는 행동으로 바뀐다.
여전히 놀이감을 정리하지 않고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라도 그냥 나가려고 한다.
차츰 총과 칼을 휘두르는 횟수가 많아지며 만화의 주인공으로 자신의 세계를 꾸며간다. 과격한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생활 중에도 공격적인 행동보다는 욕설과 신경질로 방어를 하고 이상한 몸짓과 말로 아이들의 관심을 끈다.
(2) 중기단계<1>(제8~13차 상담)
․공격성 표출이 매우 활발한 시기이다.
․한정된 놀이에 session마다 한가지 정도의 놀이감이 덧붙여지거나 크게 발전적인 변화는 아니다.
■ 제8, 9차 상담에서는 총으로 W'er를 쏘고 팔, 다리 등을 “비어 버려”하면서 칼을 휘두른다. W'er가 진지하게 해주면 더욱 공격적이 된다.
자신이 후레쉬맨이라고 하면서 거울을 보며 씩씩한 포즈를 취한다. 언어 표현이 활발하나 그 내용면에서는 공상적이며 만화 주인공에 자신을 투사하는 비현실적인 것이 많다.
W'er가 정리를 하자고 하면 선심을 쓰는 듯이 “좋아요, 도와줄께요”하며 정리를 한다.
‘다음 상담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여러 번 대답을 해주어도 반복해서 처음 묻는 것처럼 묻는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 충분히 못했다고 생각이 되면 풍선이나 작은 차를 가지고 나가려고 한다.
■ 제10차 상담(91년 9월 4일 오전 10시)
들어오자마자 총을 고르고 W'er에게도 한 개 준다. 항상 소리가 크고 멋있는 것은 Ct의 차지이다. W'er가 일부러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면 “수녀님 것도 좋은 거예요. 얼마나 멋있는데요.”하며 넘어간다. 놀이실을 온통 뛰어 다니며 총을 쏘고 심각한 표정으로 칼을 휘두른다. W'er에게 신체적 타격을 줌으로써 승리감에 도취된 얼굴이다.
“수녀님은 완전 죽었어요. 다신 못살아요”하면 끝이 난다. W'er가 머저 공격을 해서 자신이 맞으면 “아니예요 아직 탕꼬예요. 그렇게 하는거 아니예요. 그렇게 하는거 아니예요. 후레쉬맨은 원․투․쓰리... 블루 후레쉬. 핑크 후레쉬 있는데 난 블루 후레쉬예요. 그니까 안 죽죠.”
총, 칼싸움이 Ct의 승리로 끝나면 figure와 미니카를 상자 채 서둘러 가지고 온다. 새것과 멋있어 보이는 것은 Ct가 먼저 차지하고 W'er에게 고장나고 평범한 것들만 골라준다. 투쟁의 단계에 들어간다.
Ct : 난 착한 놈이예요. 수녀님껀 다 나쁜 놈이예요.(W'er의 헬기가 공중을 나른다) 아니예요. 그렇게 하는 거 아니예요. 지금가요. 팍! 수녀님꺼 다 죽었어요.
W'er가 선제공격을 하거나 승리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먼저 Ctck를 박아서도 안되고 출발도 Ct허락을 받고 움직여야 한다.
다른 놀이로 전환할 때는 선택하기도 전에 “우리 이거해요”하며 W'er와 함께 놀기를 제안한다.
풍선을 불 때는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입 주위가 벌겋게 될 때까지 입으로 불기를 좋아한다. 오리 모양의 풍선을 만지며 “찌찌”라고 하며 웃는다.
앵무새 인형을 발견하고는 좋아하면서도 아무 말도 안한다. 정리를 한 후 “언제 상담해요, 일곱밤 자구요? 아자-” 즐거운 모습으로 놀이실을 나간다.
■ 제11~13차 상담에서는 주로 후레쉬맨에 대한 설명과 전투상황을 신이 나서 이야기한다. 말을 많이 하는데 줄거리가 정리되질 않는다.
총을 가지고 온다. W'er가 “나는 계속 지기만 해서 하고 싶지 않아.”라고 하면 “아니예요. 수녀님만 죽는거 아니예요. 나한테 총 쏴봐요. 나도 죽어요” 놀이를 진행하기 위해 스스로 조금 양보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figure와 미니카로 하는 전투놀이에서는 여전히 자기 위주이며 강하고 좋은 것에 계속 동일시 한다.
청진기를 가져다가 배꼽과 앵무새에 대고 주사도 놓는다. “나도 이랬어요. 나 죽었었는데요, 주사 맞고 살았어요. 진짜예요. 내가 뻥인줄 알아요?” W'er가 반응하지 않았는데도 사실임을 주장한다.
경찰차를 가지고 오며 “말 잘 들어야 돼요”하며 자신의 경험을 재현해 본다.
구슬에 Ct의 시선이 멈춰 W'er가 먼저 구슬 끼우기를 시작하자 한 줄을 다 끼우면서 집중을 하기도 한다.
(3) 중기단계<2>(제14~23차 상담)
․Ct의 사회화를 향상시키기 위해 8세 아동(김현구, 가명)과 그룹으로 상담을 하기로 한다. 현구는 도벽이 심했으나 안정이 된 아동으로 또래 집단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감정표출을 잘 안하는 특징이 있다.
■ 제14차 상담은 놀이실2로 이동하여 동시에 그룹핑이 시작된다. 새로운 놀이실에 들어와서는 “아자. 아자, 오. 예~”를 외치며 미처 탐색할 사이도 없이 온갖 장난감을 차지하려고 한다. 야구 오락기, 낚시게임, 당구놀이 등을 시도하다 미니카를 발견하고 잔뜩 가지고 온다. 놀이실2에 익숙한 현구는 수선스러운 Ct를 보고 비웃는다.
W'er에게 놀이방법을 물어보면 현구가 끼어들어 가르쳐 준다. “형, 이건 뭐야”하며 함께 놀려고 하나 현구가 거절하면, 총, 칼을 가지고 혼자 논다.
■ 제15~17차 상담에서는 차츰 현구와 함께 하는 놀이가 많아진다. 동시에 놀이감을 먼저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진다. Ct : "앗싸, 이거 내꺼 띵-"
기중기 오토바이, 자동차를 모아 많은 의성어를 사용한다. 놀이감이 다시 한정되기 시작한다. 주로 로봇과 차 종류이다.
서랍을 열어 풍선을 한 줌 꺼낸다.
W'er : 성철아, 그렇게 한꺼번에 많이 꺼내는 것은 곤란해.
Ct : 꼴랑해, 꼴랑해, 알았쪄요.
퇴행적인 말투가 놀이실 안에서도 사용된다.
■ 제18차 상담에서는 이전의 놀이감 등장하다 인형 세트로 간다. 엄마 인형을 유심히 보다가 치워 놓는다. 아빠 인형 바지앞부분을 열어본다. 아빠 인형 옆에 다른 남자 인형을 �혀 놓는다. 처음으로 성역할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 모에 대한 그리움보다는 부에 대한 동일시와 옆에 Ct로 보이는 남자 인형을 놓음으로써 부와 자신의 일체감을 표현하며 동시에 결손을 드러낸다고 해석된다.
■ 제19차 상담에서는 인형과 로봇, 레고 등을 가지고 놀다가 한 곳에 혼란스럽게 배치한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소리를 내어 놀다가 놀이 끝 부분에서는 혼란스러워 보이면서도 가운데를 중심으로 모아지는 형태로 바뀐다. 어떤 안정감에로의 욕구로 표현한다고도 볼 수 있다.
■ 제20차 상담(91년 11월 19일 오후 1시)
현구가 농구게임을 가지고 온다.
현구 : 수녀님, 나랑 이거해요.
Ct : 나랑 해.
W'er : 그래, 성철이랑 했으며 좋겠구나.
번호를 보면서 누른다. 숫자를 알고 있어 게임이 가능하다. 현구가 이어서 야구를 하면 따라 하고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Ct도 그리겠다고 한다. 자발적인 것은 아니지만 놀이실에서 처음으로 기름을 그렸기에 Mutual Storytelling이 가능한가 시도해 보았다.
W'er : 성철아, 네가 그린 그림을 설명해 주겠지?
Ct : 집이예요. 불탔어요. 이건 집이구, 이건 사람, 이건 미사일, 그랑죠예요.
옆에서 현구가 끼어들며 자기가 그린 그림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다. 현구 이야기가 끝나자 Ct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하기 시작한다.
Ct : 이게(집) 불이 탔습니다. 그런데 이 비행기가 터뜨리고 이따만한게 붕 터뜨렸습니다. 그 다음엔 이제 모르겠어요.
W'er : 지금 어떤 사람이 집을 향해 미사일을 쏴서 불이 난 것을 그런거구나.
Ct : 예. 맞아요.
깊은 의미가 있는 그림으로 해석되지는 않으나 그랑죠와 미사일을 통해 해체된 가정에 대한 불만과 도전, 공격적 감정을 표출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구에 대한 모방행동이 늘어가고 W'er와의 관계유지에 마음을 쓴다. 그룹으로 상담을 하면서 다시 정리하려는 태도가 감소한다.
■ 제21차 상담(91년 11월 26일 오후 1시)
레고와 Airportset 두 조립식에 약간의 관심을 보이다 만다.
Ct : 어유, 어렵다.
I.Q. Bear(말하는곰)을 안고 W'er를 보며 웃는다.
Ct : 내가 웃는다. 내가 오줌이다. 내가 웃는다. 오줌오줌오줌오줌오줌....방구방구방구방구방구...
리듬을 타면서 반복한다. Ct 자신도 막 웃는다. 야뇨가 심하더니 나름대로 신경이 쓰이나 보다. 소리를 내어 봄으로써 곤란함을 의식부분으로 표출하여 해소한다.
■ 제22, 23차 상담
현구가 Ct 놀이에 협조를 안 해주자 다시 W'er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놀이실1과 비슷한 놀이감만 찾으려 놀이수준이 다시 퇴보한다. 퇴행적인 어조도 심해진다. “하나, 둘, 셋, 넷, 다셨, 요숏....” 숫자는 세면서도 다섯 개가 ‘5’라는 개념이 없다. 인지력 면에서 통합이 잘 안되고 있다.
현구의 상담종결과 동시에 Ct에게 그룹핑이 잘 적용되지 않아 개별상담으로 전환하며 놀이실1로 다시 이동하기로 했다.
(4) 종결단계(제24~27차 상담)
․성탄과 새해를 전후하여 약3주일의 공백이 있은 다음 진행되었다.
■ 제24차 상담은 입소 초기 단계의 놀이와 비슷한 형태로 시작한다. 총, 칼을 가지고 싸우기를 원하고 W'er에게 골라주는 것도 여전하나 이번에는 W'er가 다른 것을 선택하겠다고 하면 그러라고 한다. 초기 때만큼 W'er가 반응하지 않고 조금씩 흥미를 잃는 태도를 보이자 Ct도 전쟁놀이를 고집하지 않는다. 조금씩 현실세계로 끌어주는 놀이의 전환이 이 단계에서는 필요하다고 본다.
투쟁놀이에서도 W'er가 원하면 “수녀님도 착한 사람이예요. 오늘은 착한놈 해요. 나도 착한 놈이예요.” 그러면서도 “수녀님은 나만 따라와요. 그냥 기다려요. 쫓아와요. 난 대장, 수녀님은 졸자.” W'er가 “나도 대장하고 싶은 걸”하면 “그럼 수녀님은 조장해요”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나 강한 편에 계속 동일시를 한다.
인지가 안되는 것에 비해 체험한 것들에 대해서는 잘 발달되어 있다. 특히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방송은 문장 구성력이 늘어나면서 더욱 정확해진다. 인형을 가지고 ‘유치원에서 도망치는 아이’로 자신을 투사하기로 한다.
풍선을 가지고 가기 위한 W'er의 제재에 대립한다.
■ 제25차 상담(92년 1월 15일 오후 2시)
Ct : 우리 지난번에 총싸움 했지요. 아, 놀이실 냄새 좋다,
다시 총, 칼을 잡으며 만화 주인공 등장. W'er의 간접 제한으로 짧게 끝나고 이어서 자동차 등장이나 이번에는 고치는 역할을 하며 W'er와 간단한 역할놀이를 진행한다.
아는 노래를 허밍으로 부르며 멜로디언을 친다. 음은 전혀 맞질 않으나 유치원 교육을 받은 영향으로 시작과 마침이 매우 정확하다.
다이아몬드 게임의 핀을 색깔별로 한 개씩 모두 꽃는다. 풍선으로 다시 긴장이 일어나다 아빠가 오실거라는 화제에 이끌려 주의를 돌리곤 하였다.
■ 제26차 상담에서는 Ct가 배가 아프다고 하며 놀이에 몰입하지 못하였다.
지시적 기법으로 몇 가지 놀이에 유도를 했으나 적극적인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trouble game을 가지고 Ct 방식대로 진행해보고 pick-up stix을 해본다. 새로운 놀이를 시도했다는 의미는 있으나 잠시 후 이미 퇴소한 아동에게 ‘도망갔다. 훔쳐갔다’고 억지를 쓰며 자신이 경험을 투사시킨다.
Ct가 원하는 대로 놀이실에 누워 있게 하였다.
■ 제27차 상담(92년 1월 29일 오후 2시)
미리 총과 칼의 위치를 약간 바꾸어 놓고 그 자리에 PlayDoh(찰흙놀이 종류)를 갖다 놓는다. PlayDoh에 잠시 관심을 보이다가 trouble game을 하자고 한다. W'er의 주사위 숫자가 많이 나오면 점점 짜증을 낸다. Ct가 앞서 가면 선심을 쓰기도 하나 감정의 기복이 놀이 중 심하게 나타난다. 이어서 농구게임을 하나 계속 억지를 쓴다. 새 미니카를 찾아내고 조금씩 마음이 누그러진다.
잠시 후 다시 PlayDoh에 관심을 보이며 모양을 찍어낸다. 여러 가지 모양에 흥미를 갖는다.
풍선을 찾다가 “성철이하고 풍선 때문에 싸우기 싫어서 치워놨어”하고 말하자 찾기를 포기하고 억지를 쓰지 않는다. 계속 긴장을 갖는 놀이감을 제거하는 방법이 Ct에게는 적중되었다. 또한 놀이 중의 W'er의 지지와 격려는 Ct의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데 큰 강화물의 역할을 한다.
(5) 평가
․취학을 위해 2월말에 종결하기로 계획하였다. 종결을 앞두고 놀이에 변화를 보이며 사회성을 계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유아기 수준의 퇴행적인 놀이와 언어표출이 종결단계에 두드러지게 변화되면서 긴장을 체험하며 확대되어 간다. 아직도 욕설과 퇴행적 언어가 남아 있으나 신변보호를 위한 방어기제로 해석되어 차츰 제가되리라고 본다. 일상생활에서는 많이 감소가 된 상태이다.
․야뇨의 횟수도 줄었으나 유아가 배변훈련 시기부터 조절이 잘 안되어 있어 시간마다 배려하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야뇨가 심할 때는 Ct 스스로 심리적으로 위축된 모습이 놀이중에 드러난다.
․타인을 통한 부정적 체험이나 감정의 투사는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나 또래집단에 적응하게 되면 자연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2) 행동수정을 통한 접근
여기에서 행동수정이라 함은 특정한 강화물이나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하는 행동수정기법을 적용한 접근법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담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Ct에게 주어지는 많은 자극과 보호는 Ct의 행동수정에 다면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한 까닭으로 Ct의 일상적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 및 행동을 일지식으로 간단히 정리해 보려는 것이다.
■ 91년 7월 9일
2차 상담을 하는 날이다. 놀이실에 안가겠다고 하더니 따라 나와서는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그네를 타며 “난 유치원에서 말을 안들어서 쫓겨 났어요.”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보험담처름 풀어놓는다. 롤러 스케이트를 함께 타다가 W'er의 무릎에 앉으려고 한다. 허용하였다니 W'er의 손을 Ct 입에 떼었다 붙였다 하라고 시켜놓고 Ct는 ”앗싸. 호랑나비...“를 중반 이후까지 부른다. W'er의 손을 핥고 나서 ”자장자장“하라고 시범을 보인다. W'er가 배를 두드려주자 눈을 감고 한동안 그렇게 앉아 있는다.
■ 7월 10일
지난 주에 입소한 10세 된 아동과 유난히 친하더니 아침에 상담소를 함께 나갔다. 찾으러 나갔다가 멀리서 자전거 한 대씩 끌고 오는 두 아동을 발견하였다. Ct는 W'er를 알아보고 장난기 어린 난감한 표정을 짓는다. ‘형이 꼬셨다’고 핑계를 댄다. 자전거를 본래 위치에 갖다 놓게 했더니 “이걸 잠가 놔야지. 애들이 가져가잖아”하며 오히려 남의 얘기를 하듯 능청을 부린다.
■ 7월 12일
식사 때 Ct가 보이질 않아 교실에 갔더니 화가 나 있었다. W'er에게 소리를 치며 꺼지라고 한다. ‘죽여버린다’고 하면서 의자를 번쩍 들어 던지려고 한다. W'er가 화가 난 상태를 반영해 주었더니 화가 풀어졌는데도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화가 난 것처럼 보이려고 애쓴다.
■ 7월 19일
언제나 신나게 논다. 롤러 스케이트를 타다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그냥 놀이터 구석, 차고 등에 대변을 본다. 계속 들키면 스스로 치우게 한다. “에고 냄새” 뒷걸음질치며 능청을 부리면서도 자기 팬티도 수돗물을 틀어 놓고 잘 빤다.
■ 7월 26일
방학 중 실습생들이 Ct를 귀여워 해주자 늘 기고만장이다. 조금만 다쳐도 누가 보면 울면서 엄살을 피운다. 모두 무시하기로 하자 심통이 나 버렸다. 마침 기관방문한 어른들이 오자 “꺼져 썅. 다 꺼져 버리란 말야” 소리를 지르고 눈을 감아버리곤 “내 꽃, 내 꽃, 눈이 안보여요. 아- 내눈이 안보여”하며 연극을 하다 남자 교사가 한마디 소리를 지르자 벌떡 일어나 도망을 간다.
■ 8월 8일
다른 두 아동과 함께 다시 상담소를 나갔다. 저녁 때 아동들을 찾았으나 Ct만 없다. Ct집에 전화를 걸었더니 Ct가 천연덕스럽게 받는다. 개봉동에 있는 집까지 혼자서 찾아간 것이다. 다음 날 세 아동모두 남자교사에게 벌을 받다가 Ct는 벌떡 일어나 “난 힘들어서 못하겠어요. 그만해요”하고 애교를 피워 모면하기도 한다.
■ 9월
거의 매일 오줌을 싼다. 아침에 보면 혼자 팬티를 다 갈아 입고 다른 침대에 가서 자고 있다. 새벽에 깨울 때는 눈뜨자 마자 “상담 언제해요. 우리 아빠 언제 와요?”하고 늘 묻는다.
■ 10월
자신이 사랑받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다른 수녀님들에게 “수녀님하고 상담할래요”하고 애교를 피우며 W'er를 약올린다. W'er가 속상해 하면 뛰어와서 “아니예요. 아니예요”하고 안긴다. 사탕을 좋아하며 “수뇨님, 샤탕샤탕”하면서 어리광을 피운다. 꼭 여러개를 가져다가 나누어 주려고 한다.
■ 11월
상담소에서 5번 정도 나가 집으로 가더니 11월 들어서는 한번도 나가질 않는다. 학습 면에서도 한계가 드러나 향상이 되질 않는다. 공부시간에 집중이 안되고 나가서 놀려고만 하여 통제가 어렵다고 한다. 도서실에서 글씨쓰기를 할 때 매일 지각을 하고 장난을 쳐 쫓겨 나기가 일쑤다.
■ 12월
‘참 좋은 날 기쁜 날’행사를 준비하며 노래와 율동을 연습한다. 순서도 잘 암기하고 매우 정확하다. 음감이 있으며 박자감각이 뛰어나 칭찬을 많이 받더니 우스꽝스러운 몸짓이 줄어들었다. 경필시간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이 보인다.
2주간에 걸친 개별학습에 거꾸로 글씨 쓰는 것이 수정되었으며 강화물로는 휴식 시간에 함께 놀아주는 것을 사용하자 학습에 집중하는 시간이 길어졌다고 한다.
■ 92년 1월
이사간 새 집에 다녀와서 기분이 좋다. Ct부도 취학준비를 하며 Ct에게 매우 잘해주고 관심을 많이 갖는다. 상담소의 어린 동생들이 퇴소한 후에 막내 대우를 받더니 다시 퇴행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새롭게 한달간 개별학습을 시도했다. 실습생과 관계형성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되었으며 사탕이나 껌 등은 강화물의 역할을 해주지 못한다. 밤에 잘 때 “등을 박박 긁어 주세요”하여 그대로 해주면 다음 날 더욱 친근감을 표현해 온다.
4. 결론
사례의 아동은 2월 한달간 계속 상담과 교육이 진행되었다. 아직 적응의 문제와 학습장애로 인한 어려움이 남아 있으나 무엇보다 아동의 부가 책임감과 관리할 수 있는 자신감을 찾아 2월말 귀가하기로 결정하였다.
앞으로 남은 일은 아동이 하교 후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과 방법을 찾아 다시금 방치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는 일이다.
아동을 상담하면서 비행의 문제를 지니고 입소한 아동 대부분이 그렇듯이 놀이치료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였다. 기술적인 것에 앞서 함께 어우러져 살고, 함께 아파하는 사랑과 노력을 우리의 아이들은 필요로 한다.
행정적인 이유로 귀원하기를 요구하는 보육원 측과 다시 아동을 양육할 책임을 느낀 부와의 대립을 중재하면서 어쩌면 많은 사회복지 기관들이 형식적이고 체계적인 일처리를 우선으로 하여 자칫 아동에게 또 다른 상처를 되새기도록 하는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고 함께 호흡해야 하는 작업이 무엇을 우선적인 가치로 두어야 하는지 생각해본다.
아동과 아동의 부는 매우 밀착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부도 아동을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추수지도로 전화상담과 방학을 이용한 입소를 계획하고 있다.
아동은 집으로 되돌아가 사랑받을 수 있게 되었지만 결손가정의 많은 아동들이 방치되지 않는 사회적 차원의 자원개발이 예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절실함이 과제로 남는다. 방치는 아동에게는 치명적인 아픔이 되며 그에 따른 문제행동은 우리 사회의 무관심이 커다란 요인이 되어 작용한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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