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금융상품 판매 '전전긍긍'…"겸업화 역행, 제도 개선 시급"]

"은행 예금과 진배없는 CMA를 판매하는데 자격증을 3개나 따야 한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최근 증권업계에서는 자본시장통합법(이하 자본시장법)에 따라 새롭게 개편된 금융투자전문인력 자격증 제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상품의 특성에 따라 자격증을 세분화하면서 한 가지 상품을 판매 하는데 여러 개의 자격증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심지어 은행의 예금과 비슷한 수시입출금식 상품인 CMA를 판매하는 데도 3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새로운 자격증 제도가 겸업화란 자본시장법 취지에 맞지 않는데다, 오히려 금융상품 판매에 족쇄가 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자본시장법에 따라 기존 11개였던 금융투자전문인력 자격증은 22개로 늘어났다. 고객보호와 전문성 강화를 위해 자격증을 전문인력의 역할별 및 상품별로 세분화되면서 그 종류가 2배 이상 많아진 것.

이처럼 자격증이 세분화되면서 시험을 주관하는 금융투자협회는 관련 수입이 급증한 반면 증권사들은 금융상품 판매에 어려움을 겪는 등 부담만 늘고 있다.

실제로 기존에는 펀드판매인력 자격증 하나만 소지하면 모든 펀드를 판매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증권펀드투자상담사, 파생상품펀드투자상담사, 부동산펀드투자상담사, 특별자산펀드투자상담사 등 4개의 자격증을 모두 취득해야만 모든 펀드를 취급할 수 있다.

그동안 특별한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았던 CMA의 경우도 유형별로 증권투자상담사(RP형과 종금형), 증권펀드투자상담사(MMF형), 일임투자자산운용사(랩형) 등 최소 3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판매가 가능하다. CMA는 증권사의 수시입출금식 상품으로 예금자 보호가 안 된다는 것을 빼면 은행 예금과 유사한 상품이다.

또 겸업화로 혼합자산펀드 등 복합투자상품이 출시될 경우 투자 자산별로 최소 5개 이상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신탁을 통해 주식, 부동산, 파생상품, 원자재 등 유가증권과 실물에 직간접적으로 투자하는 복합투자상품을 판매하기 위해선 4개의 펀드 투자상담사와 증권 및 파생상품투자상담사, 일임투자자산운용사 등 최소 7개의 자격증이 필요하다.

대형증권사 한 지점장은 "자격증 제도가 바뀌면서 CMA 계좌개설 등 단순업무를 보는 창구직원들까지 의무적으로 자격증을 2~3개씩 따야 하는 등 웃지 못할 헤프닝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앞으로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복합투자상품이 나올 경우 도대체 몇 개의 자격증을 따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자격증도 필요하지만 고객보호나 전문성 강화를 위해선 업무경험과 사후관리, 직원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라며 "감독당국이나 협회가 편의적으로 자격증 제도를 만들면서 겸업화란 자본시장법은 물론 영업현실과의 괴리만 커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자격증 시험을 주관하는 금융투자협회는 "CMA 등 영업현실과 맞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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